재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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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솜사탕
2013.09.07 토요일 오후 5시, 여의도 공원에 도착해 중앙 야외 무대를 찾았다. 동생 영우가 속한 매동초등학교 탈춤 동아리가 이제 막 공연을 시작하려고 하였다.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무슨 행사라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단지 아침에 영우가 "오늘 내 탈춤 공연 보러 올 거야? 올 거면 평생학습 축제장으로 와! 올 거야?" 되물었는데, 무뚝뚝한 소리로 "시간 없어." 했던 것이 기억 난다. 중간고사 준비로 시간을 쓰려 한 주말이었고, 초등학교 6학년 탈춤 공연을 내가 꼭 봐야되나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날 설득하셨다. 영우가 탈춤 공연에 참가하고 싶어 오디션을 봤는데, 학교 대표로 뽑혀서 대회에 출전하는 거라고, 여름내내 땀 흘려 연습한 공연인데 함께 가서 축하해 주는 게 좋지 않겠니? 하..
2013.09.08 -
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2007.09.20 굳은 아이들
2007.09.20 목요일 드디어 우리 반이 무대에 서는 차례가 되었다. 아이들은 연습을 한대로 무대에 있는 자기 자리를 찾아 섰다. 나는 맨 끝 줄 한가운데에 떨리는 마음으로 섰다. 7살 미술 학원 재롱 발표 때 이후로 친구들과 공연을 하려고 관객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 게 처음이라 쑥스럽고 떨렸다. 전주가 라디오를 타고 흘러 나오자, 우리 3학년 4반은 약간 당황하여 처음 동작을 놓쳤지만 그런데로 잘 움직여 나갔다.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옆에 친구들을 슬쩍슬쩍 보니 하나같이 얼굴이 굳어있고 몸 동작이 작았다. 앞에 선 아이들도 몸 동작이 작고 뻣뻣해서 이건 공연이 아니라 배고픈 아이들이 단체로 나와서 구걸을 하려고 어설픈 몸짓을 하는 것 같았다. 앞에서 동작을 맞춰주시던 담임 선생님 얼굴도 점점 굳..
2007.09.20 -
2007.01.09 재롱 발표회
2007.01.09 화요일 오늘은 내 동생 영우의 재롱 발표회 날이다. 우리 가족은 6시에 라임 오렌지 나무 미술 학원으로 갔다. 학원 안에 도착하자 학원 선생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영우의 차례가 되었다. 영우는 음악에 맞춰서 "합합" 하며 통통 뛰었다. 나는 그걸 보니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히히, 그녀석 귀엽기도 하지.' 하고 생각하였다. 춤이 끝나자 내 동생 영우가 대기실로 들어가고 나는 우뢰같은 박수를 쳤다. 그리고 영우가 나오는 중간 중간마다 손을 흔들어 주고 격려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도 퀴즈를 풀고 장기 자랑을 하여서 상품을 탔다. 재롱 발표회가 끝나도 나는 놀이터에서 약간 놀며 옛 추억을 되살려 보았다.
200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