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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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블로거 촬영의 날!
2011.07.21 목요일 "상우야, 지난번에는 방송 촬영할 때 한 명만 가고, 대포 같은 카메라와 장비들도 없어서 실망했니?", "아, 그렇지는 않았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 "그래서 이번에는 있는 장비를 모두 다 끌고 왔단다!" 대장 PD님의 한마디로 갤러리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밤 10시, 나는 나무 의자에 연예인 호란 누나와 마주 앉아, 홍대 입구의 2층 갤러리에서 MBC 방송국 슈퍼블로거 팀과 촬영 준비를 하고 있다. 갤러리 안에는 아직 이해할 수 없는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거대한 카메라와 풍선같이 부풀어 있는 조명장치들에 둘러싸인 나는, 사실 지금 당장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은 기분이다. 이틀 전 양주에 놀러 갔다가 어젯밤 늦게 돌아왔는데, 친구들과 야외 수영장에서 선크..
2011.07.28 -
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뒷산 오르기
2009.08.01 토요일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를 구석구석 뛰어놀다가, 5단지 뒤쪽에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나, 영우, 석희, 경훈이, 경훈이 동생 지훈이, 이렇게 우리 5명은 땀에 촉촉 젖은 채,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무턱대고 천보산 등산로로 향하는 나무계단을 올랐다. 나무 계단을 다 올라가기도 전에 나는 벌써 다리가 후들거리고, 앞머리에 물방울 같은 땀이 맺혔다. 동작이 빠른 석희와 지훈이가 계단을 몇 칸씩 펄쩍 뛰어올라, 등산로로 시작하는 작은 나무문을 삐끽~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뒤에 처진 우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손으로 문을 꽉 막았다. 몸집이 큰 경훈이와 나는 똥 누듯이 '이이이익~' 힘을 주어 문을 밀어젖혔다. 시원하게 우거진 나무 사이로 난, 좁다랗고 가파른 등산길을..
200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