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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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 탈출하기
2010.03.20 토요일 나는 오늘 학교에서, 집에 어떻게 가나 내내 걱정이 되었다. 황사 때문에 교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온통 끔찍하게 노란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 끝날 시간이 되어서는, 하늘과 나무도 생명을 잃고 이 세상의 모든 게 다 기울어가는 것처럼, 노란색에서 더 진하고 기분 나쁜 뿌연 똥 색으로 뒤바꿔져 있었다. 학교가 끝날 때에는 집에 오는 게 겁이나, 학교에 조금 더 남고 싶었지만, 석희와 함께 마스크 안에 물 적신 휴지로 입을 가리고 현관을 나왔다. 학교 밖의 분위기는 자연재해가 일어나거나 전쟁이 일어난 모습 같았다. 하늘은 온통 황토색에, 황사 그치는데 별로 도움을 주지도 않는 빗방울이 가끔 툭, 툭~ 떨어졌다. 아이들은 꼭 도망치는 행렬처럼 이어져서 가고 있었다. 석희는 ..
2010.03.21 -
개미들이 떠내려가는 골짜기
2009.06.20 토요일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하교길, 간신히 붙잡고 오던 낡은 우산 살이 휘어지면서, 우산도 확 뒤집혔다. 내 몸은 더 젖을 것이 없을 만큼 스펀지 상태였다. 이제 물에 잠긴 놀이터 맞은 편 인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돌면, 오르막이 보이고, 이 오르막만 넘으면 집 앞에 도착할 것이다. 이 오르막길에서는, 위쪽에서부터 흙길에 고인 듯한 빗물이 아래로 쉬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폭이 좁게 흐르는 물줄기가, 마치 암벽들 사이로 흐르는 물길처럼 거침없었다. 그래, 그것은 세차게 물이 흐르는 깊고 긴 산골짜기와도 닮았다. 그런데 무언가 까만 점 같은 것들이 물길에 섞여 동동거렸다. 몸을 수그려 자세히 보니, 그 물길과 물길 주위로, 미처 비를 피해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개미들이 허둥대..
2009.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