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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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에서 멈춘 시간들
2014.10.09 목요일 무시하려고 애를 썼다. 고등학교 1학년, 내 삶 살기에도 숨이 턱까지 차는 와중에, 주변 돌아가는 게 무슨 상관이냐, 성질 폭발하면 행여 다른 사람에게 모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다들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데 나만 과민반응한다는 취급 받을까 봐, 애써 못 본 척 넘긴 날들이, 걷잡을 수 없는 추악한 소용돌이가 되어 나라를 휘감고 있다. 잔혹한 서북 청년단의 부활, 휴일 근로자의 휴일 추가노동 수당을 없애는 근로기준법 재정 안, 상가세입자의 권리금에 붙이게 되는 새로운 세금, 개인의 인터넷 이용까지 감시하는 검찰, 그리고 아직 사고의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채 잊혀가는 세월호 참사까지... 어지럽고 불안하다. 아무리 봐도 정상답지 않은 상황들이 대기한 것처럼 줄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2014.10.11 -
푸른누리 기자와 인터뷰
2011.01.05 수요일 '끄응~ 왜 이렇게 안 오지? 마려운데!'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스마트폰을 뿅뿅 두들기며 나는 생각하였다. 지금은 2시 20분! 벌써 약속 시간을 20분이나 넘긴 상태였다. 솔직히 조금 짜증 났다. 어제 전화로 반말을 쓴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아빠가 알려준 박진형 기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그때 박진형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 상우이신가요?", "네, 상우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폰이 고장 나서 길을 잘못 들었어요!" "괜찮으니까 빨리 오세요!", "아, 네, 진짜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그래도 조금은 막힌 속히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젯밤 막힌 코를 힘차게 풀었던 것처럼! 물론 그때는 너무 세게 ..
2011.01.06 -
추운 골목길
2010.12.15 수요일 오후 4시쯤, 나랑 영우는 그냥 산책할 생각으로 밖으로 나왔다. 오늘 아침, 날씨가 매우 춥고 감기 기운이 있어 학교에 가지 못하였다. 오늘은 교과부 블로그 원고 마감일인데, 그 바람에 나는 잠을 푹 자고 기사를 여유롭게 송고할 수 있었다. 매번 기사를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글을 격식에 맞추어 쓴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엄청 재미있고 보람 있다. 기사를 송고하고 오랜만에 끙끙거리며 누워 빈둥거리다가 엄마가 해준 카레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그런데 장난이 아니고 내 귀는 1분도 못 견디고 얼어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세상에나! 나는 잠바 속에 얇은 옷 두 개만 껴입고 목도리를 하고 나왔는데, 잠바가 내 몸보다 살짝 큰 것이 문제였다. 큰 잠바를 입어서 허리..
2010.12.16 -
봄에 내리는 눈
2010.03.10 수요일 "후아~!" 도저히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 현관 밖의 풍경은 말 그대로 하얀 나라였다. 지금까지 나는 '이제 겨울은 끝났어! 지긋지긋한 눈이여! 이제 다음 겨울까지는 안녕!'하고 생각하며 완전히 봄을 맞은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눈이 하룻밤 사이에 아무 데나 밟기만 해도, 허벅지까지 푹푹 빠질 정도로 내리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학교 갈 길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제대로 된 길이 있기는 하였다. 앞서 간 사람들이 만들어 논 발자국 길, 계곡 사이 흐르는 작은 계곡 같은 길은, 그나마 눈을 밟지 않고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방이 엄청난 눈이 쌓인 상태에서, 그 사이 작은 길로 그것도 미끄러운 길로 다니는 것은, 공중 줄타기처..
2010.03.11 -
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
2010.01.01 금요일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아빠 엄마가 다니는 성서 학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께서 저녁을 사주셨다. 우리는 꼭꼭 자리를 좁혀 함께 차를 탔는데, 꼭 추운 한밤중에 이사하는 곰돌이 가족처럼, 하얀 눈이 쌓인 어두운 길을 덜컹덜컹 밥집을 찾아 달려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았던 플로리다에서는 1년 내내 따뜻해서 이렇게 추운 날이 없었단다! 가장 추운 겨울이 영상 5도, 6도였는데, 그렇게만 되도 사람들이 춥다고 난리였지!" 난 할머니 말씀이 신기했다. 겨울 내내 꽁꽁 추워서, 내가 사는 세상이 온통 추위로 얼어붙은 줄만 착각하고 있다가, 우리나라의 날씨와 전혀 다른 곳이 지구 안에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
2010.01.03 -
밥 두 공기
2009.11.24 화요일 오늘은 늦잠을 자서 아침밥을 거른 채 학교에 갔다. 그래서 오전 내내 배가 고팠다. 어제저녁에 먹었던 아주 질고 맛없던 밥도 옛날처럼 아쉽고 그리워졌다. 배가 한번 고프기 시작하니 뱃속에서 고골고골 앓는 소리가 나면서 배가 밑으로 폭삭 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수업을 들으면서도 때때로 혀를 힘없이 쏙 내밀고, 손으로 꽈르륵거리는 배를 계속 사알살 문지르며 달래주어야 했다. 급식 시간이 되자 나는 오징어 볶음을 밥에 비벼서 푸바바밥!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웠다. 그러나 활활 타는 소각로에 휴지 한 조각 넣은 느낌이 들 뿐, 별로 배가 차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밥을 열 그릇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은 수업 끝나고 1학년 6반 교실을 청소하는 날이었다..
2009.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