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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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모인 가족
2010.09.21 화요일 나는 작지만 힘차게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어휴, 그랴~ 이제 오는 겨?" 할머니는 웃는 얼굴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리를 마중 나와 주셨다. 그 옆에는 "왔어요?" 하며 팔짱을 끼고 맞아주는 둘째 고모와, 뒤에서 지현이 누나와 수연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서 가만히 인사하였고, 더 뒤에 집안에서는 할아버지께서 뒷짐을 지고 "왔냐?" 하시는 모습이 그림처럼 보였다. 할아버지 댁에 들어서자, 오랜만에 아파트의 탁 트인 넓은 마루가 보여 신이 났다. 우리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절을 하였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추석은 시작되었다. 할아버지는 소파에 앉아서 TV에 초점을 맞추셨다. 할아버지는 새로운 소식을 찾는 호기심 많은 어린이처럼..
2010.09.25 -
나라 사랑의 한계 - <호국 보훈의 달 글짓기 행사>
나라 사랑의 한계 - 2010.06.05 토요일 나는 이 주제를 처음 받고서 조금 어리둥절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학교에서 6.25를 기념하기 위해 언제나 글짓기 행사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꺼림칙한 것이 이런 글을 쓰는 것으로 나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아지기라도 하는가가 의문이다. 과연 이런 행사로서 아이들이 정말로 우리나라에 대해 생각하고, 나라를 위해 쓰러진 이들을 위해 가슴 아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국가 보훈 하면, 지금은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독도 연설과, 이번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유시민의 연설이 떠오른다. 특히 유시민 아저씨의 연설은 왠지 더 뜻깊은 것 같았다. 유시민 후보에 의하면, 지금 이 나라의 통치자들은 안보를 아주 중요시하며 철저하게 해야한다고 ..
2010.06.06 -
회는 무슨 맛일까?
2009.03.28 토요일 오늘 우리 가족은 서울에서, 아빠 친구 가족들과 모임을 했다. 오랜만에 대구에서 오신 동규 아저씨 가족을 환영하는 모임이기도 했다. 특히 동규 아저씨와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아줌마는, 내 블로그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우리는 처음에 고깃집으로 가서 저녁을 먹으려 했다. 그러나 고깃집에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럽고 연기가 부글부글 나서 아기에게 안 좋겠다고, 지하에 있는 횟집으로 발을 돌렸다. 지하상가는 무지 썰렁했고, 횟집도 조금 허름해 보이고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우르르 들어가니 횟집이 꽉 찼고 주인아줌마의 동작이 빨라졌다. 난 회를 별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내키지가 않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따라 들어갔다. 상을 붙이고 방석을 깔고 아빠는 아빠 친구들과 모여 앉고, 엄마는..
2009.04.02 -
2007.04.05 거리의 예술가
2007.04.05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작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나는 그것들이 즐겁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초록색 공원 트랙 길을 따라 내려오던 중, 맨발 마당 맞은 편 풀숲 속에서 아름다운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너무 부드럽고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 음을 따라 부르며 풀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기 벚꽃 나무 아래 벤취는 어릴 때 엄마와 내가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곳인데, 그 벤취에 어떤 아저씨 둘이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무언가에 집중해서 연주를 할 때, 벚꽃 나무는 마치 무대 배경처럼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음악 소리가 너무 포근하여 엄마 생각이 났다..
2007.04.05 -
2006.11.14 음악으로 표현하기
2006.11.14 화요일 즐거운 생활 시간이었다. 선생님께서 청개구리 이야기 대본을 나눠 주셨다. "이렇게 하세요. 이 대본을 읽을 사람이 한 명 필요하고, 모둠끼리 회의해서 대본에 일정한 부분에 줄을 쳐서, 대본을 읽을 때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악기로 소리를 내세요." 그래서 우리 모둠도 그렇게 해 보았다. 그런데 어디에다 밑줄을 그을지, 또 어떤 소리를 낼 건지 저마다 의견이 달라서 치고 받고 난리 났고, 지원이가 꽥괙거리며 "까불 까불 까불 까불 개구리가~." 하는 노래를 자꾸 불러대는 바람에 분위기는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모둠장인 하연이가 주먹을 쥐고 "그만해! 우리 모둠 모두 X표 받는다구!" 소리를 지른 다음에야 조용해졌다. 내가 아이들에게 하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고 어떻게 할지..
2006.11.14 -
2006.07.04 할아버지
2006.07.04 화요일 우리는 고려대 병원에 가서 응급실을 찾았다. 먼저 도착한 삼촌이 대기실 문 앞에서 어딘가에 전화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니까 빈 병원 침대 위에 할머니가 창백한 얼굴로 앉아 계셨다. 엄마와 할머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 실려 나오셨다. 할아버지는 온 몸에 링겔 바늘을 꼽고 눈을 가늘게 뜨고 계셨다. 마치 비가 오면 꺼질 것같은 촛불처럼 할아버지는 힘없이 누워 계셨다. 할아버지가 점심을 잡수시고 바람을 쐬러 산에 올라 갔다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할아버지 뇌 사진을 보여 주셨다. 할아버지의 왼쪽 뇌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뇌경색이라고 하였다. 나는 너무 조마 조마하여 가슴이 쿵 쿠르릉 ..
200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