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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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규, 부드러운 남자
2013.10.15 화요일 철규는 자기 책상에 놓여 있던 뾰족한 바늘을 들어올린 뒤, 순식간에 천에 한 면의 박음질을 끝내버렸다. 그것도 재봉틀로 박은 것처럼 빠르고 촘촘하게! 바느질이 서툰 대부분의 아이들은 주섬주섬 이제 네바늘 정도 꿰매고 있었다. 나도 손 바느질이라면, 바느질이 생판 처음일 남자 아이들보다 훨씬 잘 할 자신이 있었다. 한때 외과의사가 되어 응급환자의 수술을 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의료기구 박람회에 가서 꿰맬 때 쓰는 가위를 직접 사서, 베개나 이불, 양말을 수시로 꼬매 본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다른 애들보다 빠르게 착착 바느질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앞에 앉아 있는 철규는 이미 한 면을 다 꿰매고 반대쪽 면을 해치우려고 한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해서는 절대..
2013.10.15 -
항문외과 의사의 단호함
2013.09.25 수요일 얼굴이 씨뻘개지고 머리에서부터 식은땀이 지리릭~! 전기에 감전되듯 온몸으로 흘러내렸다. 눈앞은 캄캄해지고 머리는 차갑고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나는 안 나오는 똥을 포기하고 변기 뚜껑을 닫았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선생님, 오늘 아파서 학교에 못 갔는데요, 진작 전화를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그래, 상우야, 어디가 아픈데?", "저... 치질 앓고 있던 게 도졌나 봐요. 너무 아파서..." "어~ 어... 그랬구나, 그럼 내일 결석계 가지고 오너라~" 선생님의 자상하고 차분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난생 처음 가 보는 항문외과 병원 문을 열자,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간호사 아주머니께서 "오늘은 의사선생님께서 멀리..
2013.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