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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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끼어가는 차
2011.09.11 일요일 "상우야, 앞으로 작은 삼촌까지 4명이나 여기 타야 되니까, 저쪽으로 바짝 붙으렴!" 아빠가 말씀하셨다. 우리 차에 아빠 말고, 어깨가 떡하니 기골이 장대하신 큰 삼촌과 작은 삼촌, 그리고 엄마, 덩치가 성인 못지않은 나, 영우와 사촌 동생 진우까지 타니, 이건 마을버스가 따로 없을 것 같다. 차를 타고 달리는 중간에 폭~ 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아빠가 운전하시고 그 옆엔 큰 삼촌이 앉으셨고, 뒷좌석에는 사촌 진우가 내 무릎에, 영우는 엄마 무릎에, 작은 삼촌은 엄마의 짐을 무릎에 놓고 가야 했다. 진우가 날 누르는데다 사람들로 꽉꽉 차니, 통조림 깡통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이었다. 또 차 안의 공기만으로 일곱 사람이 숨 쉬니 더워 못 견디겠다. 창..
2011.09.16 -
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
2010.01.01 금요일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아빠 엄마가 다니는 성서 학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께서 저녁을 사주셨다. 우리는 꼭꼭 자리를 좁혀 함께 차를 탔는데, 꼭 추운 한밤중에 이사하는 곰돌이 가족처럼, 하얀 눈이 쌓인 어두운 길을 덜컹덜컹 밥집을 찾아 달려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았던 플로리다에서는 1년 내내 따뜻해서 이렇게 추운 날이 없었단다! 가장 추운 겨울이 영상 5도, 6도였는데, 그렇게만 되도 사람들이 춥다고 난리였지!" 난 할머니 말씀이 신기했다. 겨울 내내 꽁꽁 추워서, 내가 사는 세상이 온통 추위로 얼어붙은 줄만 착각하고 있다가, 우리나라의 날씨와 전혀 다른 곳이 지구 안에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
2010.01.03 -
아슬아슬 용배
2009.06.06 토요일 한바탕 비가 오고 난 산정호수는, 오리 배를 타러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호수는 산빛이 비쳐 완전히 초록색이었다. 물살이 아주 세 보였고, 호수 괴물이 살고 있을 것처럼 멋지고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났다. 나랑 영우는 안전 조끼를 입고 오리 배 줄에 서서, 두근두근 차례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 앞으로 온 것은 오리 배가 아니라, 파란색 몸통에 머리가 용모양인 '용배'였다. 어차피 겉모양만 조금 다르고 똑같은 배라서 우리는 그냥 그것을 타기로 했다. 영우랑 나는 후닥닥 조종석에 들어가 앉았는데, 안전요원 아저씨가 무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종석에 어른이 한 명 앉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앞에 앉겠다고 영우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위 바위 보를 해서 할 수 없이 뒷자리에 ..
2009.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