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3)
-
토마토소스 일으켜 세우기
2015.02.12 목요일 배가 고프다. 밥이 먹고 싶다. 오후 5시 10분,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이고, 아직 엄마도 돌아오지 않아서 먼저 저녁을 먹기는 좀 그렇다. 그리고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맛난 음식이 먹고 싶다. 겨울방학 동안 일과의 중심, 허리뼈를 펼 수 있게 하는 맛있는 급식을 못 먹어서 내내 그리워했던 걸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무심코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다. 딱딱한 멸치, 돼지고기 장조림, 김치, 묵은 김치 외에 무언가 만들어 먹을만한 건 별로 없었는데, 구석진 곳에 엄마가 며칠 전에 만들어 먹고 남은 삶은 스파게티 면이, 플라스틱 곽 안에 들어 있는 걸 발견하였다. 스파게티 면을 꺼내면서 뭘 만들지는 여전히 고민이었다. 얼마 전에도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먹다 ..
2015.02.14 -
특별한 떡볶이 만들기
2010.12.18 토요일 작은 방울이 보글보글 끓는 물 속에, 빨간 돌덩이 같은 고추장이 뽀퐁~! 소리를 남기며 물에 녹고 있었다. 빨간 고추장 뭉텅이가 풀어지며, 물은 마법의 약 만들어지듯이 점점 빨간색으로 변했다. 빨간색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그것은 전혀 고추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뽀글거리는 떡볶이의 소스는 점점 진한 냄새를 풍겨왔다. 조금 매콤, 쌉싸름하며 쓴 냄새는 왠지 입맛을 끌어당기며, 사람을 멍하게 하였다. 나는 나무젓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우리 모둠 소스 맛을 보았다. 아직 고추장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서 그저 맵고 쌉싸름 했다. 나는 꼭 영화에서 주방장이 주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참견하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목을 쭉 빼고 먼저 완성된 모둠의 떡볶이를 시식하거나, 만들고 있..
2010.12.19 -
선생님 특기는 과일 자르기
2009.04.16 목요일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덩이였던 내 사과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확히 딱 반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라서,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과를 통과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달한 냄새 나는 사과 물을 뚝뚝 흘리며, 선생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교탁 위에는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이, 내 사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오늘 미술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 나뭇잎을 가져와, 선생님이 과일과 채소를 잘라주시면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맛있게 먹는 수업을 했다. 나는 겉이 약간 올록볼록하고, 한 부분은 잘 익은 빨간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주황, ..
2009.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