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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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파도타기
2013.08.10 토요일 저녁 7시,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참석 하러 가는 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쏟아지는 인파를 뚫고 아빠를 놓치지 않으려 나랑 영우는 기를 쓰고 따라붙고, 저 멀리 뒤에 엄마가 땀을 닦으며 따라오신다. 지난 촛불집회 때는 3만 명이 모였다고 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얼마나 모일까? 혹시 내 옆의 사람도, 그옆의 사람도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바삐 걷는 건 아닐까? 서울광장 가는 도로변에는 경찰버스가 끝 없이 늘어서 있다. 도로에는 경찰들이 조를 이루어 이리저리 계속 왔다갔다 하였고, 6.25 전쟁 흑백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사이로 사람들이 오고가느라 북새통인데, 자꾸 누군가가 "서울 광장에 10만 명 동원한다고 큰소리 떵떵 치더니 2,3천 ..
2013.08.12 -
주사 맞는 친구
2009.10.14 수요일 학교 끝나고 친한 친구 석희가, 상가에 있는 소아과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간다고 했다. 석희가 "상우야,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인데 나랑 병원에 같이 가주면 안될까?"해서, 나는 흔쾌히 함께 갔다. 병원 문을 들어서니 석희 할아버지께서 미리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석희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나, 주사 맞기 싫은데, 꼭 맞아야 돼?" 하며, 할아버지 무릎에 덥석 올라앉아, 어린아이처럼 어깨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난 그걸 보고 흐훗~ 웃음이 쏟아졌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석희에게 "주사가 무섭지는 않니?"하고 물었다. 그러자 석희는 할아버지 앞에서 아기처럼 촐랑대던 목소리와는 다르게, 원래 굵은 목소리로 돌아와 당차게, "내가 아기도 아니고, 왜 주..
2009.10.15 -
지각한 날
2009.06.15 월요일 나는 아침부터 이상한 꿈에 시달리다, 어느 순간 간신히 눈을 떠서 시계를 보았다. 오전 8시 40분! 순간 방안이 흔들리도록 "으악~ 완전 지각이다, 망했다~!" 하고 소리치며, 방바닥에 쌓여 있는 옷을 아무거나 입고, 가방을 들고 뛰어나갔다. "어? 상우야, 그냥 쉬지~." 하시는 엄마의 말소리를 뒤로한 채. 학교 가는 아이는 아무도 없고, 아파트 입구에서 엄마와 손을 흔들며, 유치원 버스를 타는 어린아이들을 보니 왠지 쓸쓸해졌다. 그보다 더 마음을 괴롭히는 건, 아무리 빨리 걸어도 지각을 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급하게 뛰어나오느라, 난 내가 밤새 아팠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걸을수록 기침이 콜록콜록 쏟아지고, 머리는 산처럼 무겁고, 하아하아~ 가슴이 쥐어짜듯 아팠다...
2009.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