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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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박물관, 아를 식물원 - 여름 방학 견학문
2009.08.22 토요일 1. 중남미 조각 공원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은,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나누어진 두 개의 건물과 야외 조각 공원, 중간에 작은 식당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곳이었다.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작품을 만지거나, 작품 앞에 그어놓은 빨간 선을 넘으면 안되었는데, 영우가 자꾸 그것을 어기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나와서, 야외 조각 공원으로 들어설 때야 비로소 숨을 크게 쉬며 입을 벌렸다. 조각 공원으로 들어가는 아치 모양의 새빨간 벽돌문을 통과할 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 눈이 한바탕 빙그르르 돌았다. 거기는 공원이 아니라 꼭 사원 같았다. 공원은 평평하지가 않고, 신전으로 향하는 것처럼 계단과 언덕이 가파르게 이어졌다...
2009.08.25 -
선생님 특기는 과일 자르기
2009.04.16 목요일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덩이였던 내 사과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확히 딱 반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라서,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과를 통과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달한 냄새 나는 사과 물을 뚝뚝 흘리며, 선생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교탁 위에는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이, 내 사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오늘 미술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 나뭇잎을 가져와, 선생님이 과일과 채소를 잘라주시면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맛있게 먹는 수업을 했다. 나는 겉이 약간 올록볼록하고, 한 부분은 잘 익은 빨간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주황, ..
2009.04.18 -
토란국
2008.09.14 일요일 우리는 차가 밀려 점심 시간을 훨씬 넘겨 외가댁에 도착했다. 나는 외가댁에 도착하기 전부터 토란국이 먹고 싶어 입에 침이 고였다. 엄마가 할머니께서 토란국을 끓여놓고, 기다리신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토란국을 먹어본 적이 없었기에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다. 이름이 탱탱한 공 같은 느낌이 나는 걸 보니, 혹시 살구처럼 아삭아삭한 열매 맛이 날까? 외가댁 식탁에 앉아 할머니께서 부랴부랴 내주신 토란국을 보고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고기와 무, 다시마 국물에 잠겨 있는 뿌연 토란은 물에 펄펄 끓여서 퍼진 마늘처럼 보였다. 머뭇거리는 나에게 엄마가 "이게 토란이야, 먹어 봐!" 하셨다. 나는 젓가락 두 개로 토란을 쿡 찌르고, 크레인으로 바위를 들어 올리듯이, 국물 속에서 토..
2008.09.16 -
장날
2008.06.06 금요일 오늘은 우리가 사는 5단지 안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다. 엄마가 뭐 사먹으라고 주신 돈 3천 원을 들고, 나는 영우와 아침부터 장이 열리기 시작하는 5단지 입구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장터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 구수하고 짭짤하고, 매콤한 먹거리 냄새가 우리를 끌어당겼다. 나는 갑자기 배가 고파져 구경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코를 킁킁거리며 묵밥 코너를 지나, 도너츠 팔려고 아저씨가 천막을 치는 곳을 지나, 즉석 탕수육 코너를 지나, 핫도그와 떡볶이 파는 가게 천막 앞에 도착했다. 마침 핫도그가 뜨거운 기름에 지글지글 담긴 채, 튀겨지고 있었고, 떡볶이도 철판 위에서 빨갛게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나랑 영우는 핫도그 한 개와 어묵 한 꼬치씩 사서, 양손에 들고 번갈..
2008.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