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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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와쨔쨔님과 저녁 식사를!
2011.02.16 수요일 스르르르~ 회전문이 열리고, 거기서 대학생처럼 젊은 아저씨가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오른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총처럼 세워서 나를 가리키고 "상우님, 맞으시죠?" 하였다. 나는 "네, 맞습니다! 뿌와쨔쨔님!" 대답하였다. 오늘은 5년 만에 미국에서 한국으로 잠깐 짬을 내어 들르신, 유명한 블로거 뿌와쨔쨔님과 만나기로 한 날이다. 그래서 오늘은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깨끗하게 머리도 감고, 뿌와쨔쨔님과 만날 준비를 여유롭게 해서 나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조금만 더 놀자는 친구들의 유혹에 못 이겨 결국 집에도 못 들리고,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허겁지겁 뿌와쨔쨔님을 만나러 광화문 올레스퀘어로 달려갔다. 다행히 약속시각에 늦지않아 올레..
2011.02.19 -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2009.07.05 -
억울한 죽음
2008.04.02 수요일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구멍가게 앞에 놓인 건널목을 건너려고 할 때였다. 어떤 아저씨가 맞은 편에서 오다가 내 앞을 스쳐가면서, 내 왼쪽 팔 등을 꽉 움켜잡았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손을 급히 뒤로 빼냈다. 요즘 뉴스에서 한창 방송 중인 일산 초등학생 엘리베이터 폭행 사건이 떠올라서, 나도 모르게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리고서 재빨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었다. 걷다가 잠깐 뒤를 돌아보니, 우산 2개를 들고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제야 아저씨가 납치범이 아니라, 골목에서 차가 지나가자 생각에 잠겨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나를 붙잡아 준 사실을 깨닫고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일어났던 두 여자 어린이 납치 살인 사건, 폭행 사건 때문에,..
2008.04.04 -
2007.04.05 거리의 예술가
2007.04.05 목요일 학교에서 집으로 오고 가는 길은 이상하게도 나에게 작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해준다. 나는 그것들이 즐겁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초록색 공원 트랙 길을 따라 내려오던 중, 맨발 마당 맞은 편 풀숲 속에서 아름다운 관악기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너무 부드럽고 편안해서 나도 모르게 그 음을 따라 부르며 풀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거기 벚꽃 나무 아래 벤취는 어릴 때 엄마와 내가 앉아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었던 곳인데, 그 벤취에 어떤 아저씨 둘이서 클라리넷을 불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무언가에 집중해서 연주를 할 때, 벚꽃 나무는 마치 무대 배경처럼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바람도 잔잔하게 불고 음악 소리가 너무 포근하여 엄마 생각이 났다..
2007.04.05 -
2006.08.02 토스트 아저씨
2006.08.02 수요일 나는 아침 산책을 하다가 공원 입구에서 토스트 파는 트럭을 발견하였다. 마침 배가 고파서 햄치즈 토스트를 주문하였다. 그러자 토스트 아저씨는 네모난 철판 위에 빵을 얹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뒤집었다. 햄 두 겹을 빵 사이에 끼우고 그 밑에는 양상추를 깔고 위에는 치즈를 얹어 주었다. 토스트를 만들고 있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폭포처럼 땀이 흘러 내렸다. '이런 더운 여름에는 토스트 장사보다 아이스크림 장사가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
2006.08.02 -
2006.05.15 스승의 날
2006.05.15 월요일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쉰다. 아마 선생님께서도 찾아 볼 스승님이 계신가 보다. 그래서 나는 아침에 내가 다녔던 미술학원 선생님을 찾아갔다. 어렸을 땐 학원 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오늘은 엄마랑 손을 잡고 걸어갔다. 나는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손에 쥐고 걸었다. 그런데 지금 다니고 있는 길이 내가 처음 걸어보는 길 같았다. 우리 옆에 차들이 매연을 뿜으며 지나갔고, 우리 머리 위엔 나무 그늘이 시원하게 드리워져 있었고, 바위 사이로 보라색 하얀색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우리 발 밑으로 개미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런데 꺾어지는 쪽에 횡단보도 틈에 꽃 장식품이 있었는데 차들이 다니지 않는 데에 있었다. 어떤 아저씨가 거기에 물을 주고 있었다. 엄..
200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