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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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소스 일으켜 세우기
2015.02.12 목요일 배가 고프다. 밥이 먹고 싶다. 오후 5시 10분,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이고, 아직 엄마도 돌아오지 않아서 먼저 저녁을 먹기는 좀 그렇다. 그리고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맛난 음식이 먹고 싶다. 겨울방학 동안 일과의 중심, 허리뼈를 펼 수 있게 하는 맛있는 급식을 못 먹어서 내내 그리워했던 걸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무심코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다. 딱딱한 멸치, 돼지고기 장조림, 김치, 묵은 김치 외에 무언가 만들어 먹을만한 건 별로 없었는데, 구석진 곳에 엄마가 며칠 전에 만들어 먹고 남은 삶은 스파게티 면이, 플라스틱 곽 안에 들어 있는 걸 발견하였다. 스파게티 면을 꺼내면서 뭘 만들지는 여전히 고민이었다. 얼마 전에도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먹다 ..
2015.02.14 -
8월의 왕푸징 거리
2014.08.09 토요일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네 발 달린 것은 의자 빼고는 다 먹는다!'라는, 어릴 적 들어왔던 중국인의 폭넓은 식습관이다. 북경 여행을 온 내내, 나는 밥 먹으러 간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을 했다. '메뚜기 볶음? 말벌 조림? 풍뎅이 튀김? 생바퀴벌레?' 같은 끔찍한 상상을 하며 밥을 기다렸다. 다행스럽게 모두 평범한 식당에 걸맞은, 평범함이라는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는 소박한 밥과 기름진 반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내 앞에 펼쳐져 있는 이 왕푸징 시장 골목에서는 '평범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아주 특이한 음식들이 많았다. 입구에서부터 짭조름하고 찌릿찌릿한 향신료 냄새가 진동하며, 꼭 콩나물 지하철에서 시장판이 열..
2014.08.13 -
최연소 블로거 나가신다! - 상우의 윈도우즈7 런칭 파티 체험기 1탄
2009.10.22 목요일 저녁 7시 10분쯤, 나는 '멜론 악스'라는 특이한 이름의 공연장 앞에 도착했다. 오늘 여기서 새롭고 혁신적인 인터넷, 윈도우즈7이 출시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가 열리는데, 나는 777명의 블로거 중 한 사람으로 초대받아 왔다. 멜론 악스 건물 앞에는, 윈도우7 이라고 새겨진 연두색, 파란색의 거대한 버스 두 대가 공룡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버스 앞 돌계단에 서니, 커다란 유리상자같이 생긴 멜론악스가 한눈에 보였다. 돌계단에는 레드 카펫이 깔렸는데, 이걸 따라 내려가면 1층 접수처에서 행사장 정문까지 이어졌다. 많은 사람이 레드카펫을 따라 한 줄로 쫙 서있었다. 행사에 참석하는 블로거들이 이름표를 받으려고 선 줄이었다. 난 레드카펫이 따뜻하고 폭신해 보여서, 그 위에 누워 뒹굴..
2009.10.24 -
밥을 지어요! - 상우의 야영일기 2탄
2009.05.27 수요일 "아우, 야아~!" 우리 모둠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다. 낮 동안 고된 극기 훈련을 마치고, 태어나서 처음 우리 손으로 저녁밥을 지어먹을 시간이 왔는데, 내가 그만 깜박하고 밥 지을 냄비를 안 가져온 것이다. 우리 모둠은 각자 분담해서 밥지을 준비물을 가져오기로 했었는데, 아침에 들떠서 엄마 옆에서 쌈채소하고 김치를 챙기며 떠들다가, 프라이팬만 가져오고, 냄비를 빠트리고 나왔으니 이제 어떡한다? 나는 울상이 되어 미안해 미안해거렸지만, 모두 배가 고파서 곧 어떻게 밥을 지어먹을지 상의에 돌입했다. 프라이팬에 밥을 지어먹자! 다른 조에서 꿔다 먹자!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자!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다른 반 선생님께서 지나가다 아이디어를 주셨다...
2009.06.02 -
폭력이 남기는 것 - 학교 폭력 추방에 관한 글짓기
2008.09.23 화요일 나는 이 세상에 있는 폭력이란 놈을 종이처럼 접을 수만 있다면, 꽉꽉 접어 몇 번 땅 땅 땅! 발로 밟은 다음,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이든 정신적인 폭력이든 상처를 남기기에 몹시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직접 때리거나 맞아본 적은 없지만, 왕따를 당한 경험은 있다. 그것은 전학 오기 전, 2학년 때 일이었다. 그 당시 반 아이들은 몸이 아픈 담임 선생님 눈을 피해, 특정한 한 아이를 정해서 소외시키고 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왕따라는 건데, 한 번 걸리면 늪처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제발 내가 안 걸리기를 바랄 뿐... 그런데 하필 내가 걸린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운 나쁜 먹이처럼 아무 잘못도 없는데, ..
200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