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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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는 지겨워!
2009.05.01 금요일 어제 중간고사가 끝났고, 오늘 작은 체육대회가 열렸다. 마지막 5학년 반 이어달리기 시합, 드디어 내가 출발선에 섰다. 나는 주먹을 으드드 쥐어보았지만, 반대로 다리는 힘이 풀렸다. 뒤따라 주먹을 푼 손도 핸드폰 진동처럼 부르르 떨렸다. 사실 난 아침에 달리기 시합 때문에 일어나기가 싫었다. 달리기를 안 할 순 없을까? 왜 꼭 달리기를 해야 하는 거지? 여차하면 중간에 다른 곳으로 새야겠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난 지금 고개는 앞으로 향하고 오른손을 뒤로 뻗어, 애타게 우리 반 선수에 바톤을 기다리고 있다. 드디어 내 손에 하얀 바톤이 들어왔다. 나는 땅을 보고 다리를 한껏 벌리려고 애썼다. 그리고 두 손을 귀밑까지 번갈아 올려가며 속으로 '핫둘, 핫둘!' 뛰었다. 계속 뒤로..
2009.05.03 -
흔들다리 위에서
2008.03.16 일요일 새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돌아오던 중, 너무 배가 고파서 길가에 보이는 식당에 내려 밥을 먹었다. 나는 국밥을 뚝딱 먹어치우고 먼저 밖으로 나와 서성거렸는데, 식당 뒷마당에 특이한 것이 있었다. 뒷마당 끝은 바로 절벽이고, 그 밑으로 운동장만 한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철판을 붙여 만든 기다란 흔들다리가 그네처럼 걸려있었고, 그 다리를 건너면 또 다른 식당 마당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신났다고 그 다리 위를 쿵쿵 뛰어다니며 왔다갔다 놀았다. 그러나 뛸 때마다 다리가 끼이익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마구 출렁거렸다. 나는 조심조심 발을 내밀어 다리 중간까지 걸어갔는데, 갑자기 나보다 쪼그만 아이들이 내 옆에서 일부러 팡팡 뛰었다. 그러자 다리가 끊..
2008.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