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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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외할아버지와 수박
2008.07.05 토요일 기말고사를 마치고 오랜만에 서울에 계신 외할아버지댁을 찾아나섰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날씨가 엉망이었다. 비가 오려면 시원하게 올 것이지, 약 올리게 툭툭 떨어지고 하늘은 곰팡이가 핀 것처럼 어둡고, 무덥고 습기가 차서 기분까지 꿉꿉하였다. 영우랑 나는 자꾸 짜증을 부리며 차 안에서 티걱태걱 싸웠다. 할아버지 사 드리려고 토마토 농장을 들렸는데 비가 와서 천막을 친 문이 닫혀 있었다. 시내로 접어드니까 차가 막혀 몇 시간을 꼼짝도 못하게 되었다. 꽉 막힌 도시 안에서 낡은 건물들 위로 번개가 빠방! 치고, 하늘은 더 새카매지고, 빗줄기가 신경질 부리듯 쏟아졌다. 영우랑 나는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었는데, 저녁이 되었고 푹 꺼지듯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 사시는 동네는..
200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