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3)
-
공개 수업
2010.05.19 수요일 오늘 학교 시작부터 우리 반 아이들은 들뜨고 긴장되어 술렁거렸다. 바로 학부모 공개 수업 때문이었다. 1년에 단 한 번 있는 행사로 이번 공개 수업은, 6학년 마지막으로 하는 초등학교의 공개 수업이라서 더 의미가 있었다. 아이들은 점점 달아올라 쉬는 시간, 얼기설기 얽혀서 부모님이 오시는지, 안 오시는지를 묻느라 바빴다. 그리고 3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치고 2명 정도의 학부모가 첫 타자로 들어오셨다. 시작한 지 2~3분 정도가 지나고, 엄마를 비롯해 오기로 한, 대부분의 부모님이 들어오셨다. 학부모님들은 마치 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는 듯이, 교실 뒤편에 나란히 서셨다. 3교시는 말하기, 듣기, 쓰기 시간으로, 무엇을 묘사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이..
2010.05.24 -
할머니와 동물원에 간 날 - 2탄
2010.05.02 일요일 이제 동물원에는 마지막 하루해가 뜨겁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주홍빛으로 빛나는 해를 머리 위에 짊어지고, 우리는 이번 동물원에 클라이막스! 맹수들을 보러 갔다. 갈색 곰은 꼭 '시턴 동물기'에 나온 곰을 연상시키고, 엄청난 덩치이지만 꼭 덩치만큼이나 마음은 따뜻할 것 같았다. 온몸에 촉촉하게 젖은 땀이 햇빛에 빛나니, 꼭 야생의 곰을 보는 것처럼 신비하고 마음을 잡아끌었다. 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사각 철창에 표범, 치타, 재규어 같은 조금 작은 맹수들을 지나치다, 어느 순간 철창이 없어지고 큰 산같이 올록볼록한 지형이, 인도에서 멀리 떨어져서 보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여유롭게 앉아서 낮잠을 즐기고, 어깨를 웅크리고 사나운 눈빛으로 번뜩이는 호랑이들이 보였다! 호랑이는 특이하게..
2010.05.06 -
눈 내리는 점심 시간
2009.12.08 화요일 4교시 과학 시간이 끝나고, 현국이와 학교생활 이야기를 하며 교실 뒤를 나란히 어슬렁어슬렁 걷는데, 갑자기 현국이가 "눈이다~!" 하며 창문 쪽으로 푸두두닥~ 뛰어갔다. 뛰어가면서도 "눈이다!" 하는 현국이의 짧고 큰 외마디가, 벌써 내 눈을 시원하게 깨우는 것 같았다. 나도 몇 분 전부터 공기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하늘에서 눈이 퐁야퐁야 내리고 있다. 나도 창문으로 달려가 "나도 좀 보자!" 하고 현국이를 밀어내고, 창밖을 바라보며 "후아아~!" 소리를 질렀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사탕에 개미가 꼬이듯 바글바글 창 앞으로 모여, "진짜 눈 와?", "와! 눈이다아~! 눈이야아~!" 외쳤다. 눈은 촘촘하게 짜진 그물처럼, 엄마가 나물 위에 뿌리는 깨처..
2009.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