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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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소스 일으켜 세우기
2015.02.12 목요일 배가 고프다. 밥이 먹고 싶다. 오후 5시 10분,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른 시간이고, 아직 엄마도 돌아오지 않아서 먼저 저녁을 먹기는 좀 그렇다. 그리고 단순히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무언가 맛난 음식이 먹고 싶다. 겨울방학 동안 일과의 중심, 허리뼈를 펼 수 있게 하는 맛있는 급식을 못 먹어서 내내 그리워했던 걸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무심코 냉장고 문을 열어보았다. 딱딱한 멸치, 돼지고기 장조림, 김치, 묵은 김치 외에 무언가 만들어 먹을만한 건 별로 없었는데, 구석진 곳에 엄마가 며칠 전에 만들어 먹고 남은 삶은 스파게티 면이, 플라스틱 곽 안에 들어 있는 걸 발견하였다. 스파게티 면을 꺼내면서 뭘 만들지는 여전히 고민이었다. 얼마 전에도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먹다 ..
2015.02.14 -
감기와 알탕
2011.09.08. 목요일 뚜르긱~ 꼬르긱~ 꼭 작은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목, 아니 목 안이 간지럽다. 장미꽃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 쓰라리기도 하다. 푸울훡~ 푸훌웍~! 기침을 한번 하면 온몸이 놀이기구를 타듯이 흔들린다. 코에는 축축하게 기분 나쁜 콧물이 가득 차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콧물은 코가 헐 때까지 풀어도 나오지 않는데, 콧속에 마른 코가 보금자리를 틀었는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가끔 기침에 딸려 노란색 가래가 나온다. 아침에 먹었던 것들은 이미 토해, 지금쯤은 신 나는 배수관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눕기만 하면 땀이 뻘뻘 나고, 폭탄이 터지듯이 기침이 터져 나온다. 정말 폐에 구멍이라도 난 ..
2011.09.10 -
라면 밥과 독서 캠프
2011.07.29 금요일 엊그제 아침, 우리 학교 고은미 국어 선생님께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주 내가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열리는 독서 논술 캠프에 참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목요일 슈퍼블로거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밤, 나는 햇빛에 거의 화상 입은 듯이 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냉찜질을 하고 통증에 시달리며 '오, 하느님!'을 밤새 부르짖었다. 선생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요번에는 꼭 가겠노라 다짐을 한 금요일이다. 요즘같이 추적 추적 비가 오고, 몸에서 힘이 다 빠져버리도록 더운 날에는 밖에서 뛰노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집에서 책만 보기에는 갑갑하고 덥다. 선풍기를 틀어도 등줄기에 땀이 흥건히 젖는다. 집 밖에서도, 집안에서도 괴로운 날씨고, 청춘이 아까운 시절이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2011.08.03 -
아이들 녹이는 아이스 홍시
2008.06.16 월요일 4교시 수업 시간이 끝나고, 급식을 먹기 전 청소하는 도중에, 우리 반이 갑자기 술렁이기 시작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지?'하고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보았다. 오늘 나오는 급식에 아이스 홍시가 나온다는 거였다. 아이스 홍시?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나는 아이들이 그렇게 설레어 하는 아이스 홍시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급식을 받아보니, 아이스 홍시는 투명한 플라스틱 그릇에 오목하게 담겨 있었다. 토마토처럼 붉은색이었고, 탱탱한 모양에서 서리처럼 하얗게 차가운 기운이 샤아아 뿜어져 나왔다. 나는 젓가락으로 요놈을 콕 찔러 들어 올려서 한입 '스읍' 베어 물었다. 입 안에서 차가운 눈을 먹는 것처럼 사르르 녹아들더니, 온몸이 찌릿찌릿해져서 나는 "오오우!" ..
2008.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