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등(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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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레질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2009.03.19 목요일 미술 시간이 끝날 무렵, 나는 그동안 물감을 풀고 한 번도 닦지 않아서 더러워진 물통을 씻으러, 교실 뒤 수돗가에서 걸레를 펼치고 물을 틀었다. 내 물통은 너무 지저분해서 쉽게 씻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수돗물이 콸콸 시원하게 쏟아지자, 하얗게 말라있던 걸레는 순식간에 축축이 젖어 버렸다. 나는 지그재그로 구부러진 자바라 물통을 쫙 펴서 물을 잔뜩 받은 다음, 구정물처럼 시커먼 물을 돌돌 헹궈서 다시 버렸다. 그런 다음 젖은 걸레로 물통 안쪽의 맨 밑바닥을 벅벅 닦았다. 그리고 걸레를 빨아 양쪽을 뾰족하게 만들어 물기를 쭉 짜내고, 물통 안쪽의 쭈글쭈글한 틈 사이에 박혀있는 물감 얼룩을 꼼꼼히 닦아내었다. 힘을 주어 닦을수록 물통의 틈새는 투명해지고, 걸레는 이끼가 낀 것처럼 ..
2009.03.21 -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
200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