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도시락 먹기
2015.03.09 월요일 어제와는 다르게 엄청난 꽃샘추위가 살을 파고드는 월요일이다. 1학년 때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2학년 들어 큰맘 먹고 신청한 방과 후 야간자습의 첫날이기도 하다. 학교 후문에서 전해 받은 엄마의 도시락을 안고 면학실로 들어가려는데, 대청소 한다고 나가란다. 그러면 면학실에서 나가 도시락을 먹어야 하는데 참 난감했다. 야간자습 전의 석식 신청을 제때 하지 못하여, 내가 유일하게 있을 곳인 면학실을 뺏겨버린 셈이라 막막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학생들은 전부 환하게 불 켜진 교실을 찾아 석식을 먹으러 삼삼오오 모여가는데, 나 혼자 불 꺼진 복도와 계단을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며 한 바퀴를 돌고 있다. 벌써 지겹고 지나온 사람들을 또 마주친다. 그냥 집에 갈까? 몸이 아프신데 방금 ..
201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