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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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마지막 경기
2014.02.21 금요일 지금으로부터 4년 전 2010년 겨울의 끝, 아직 2010이라는 숫자가 어색한 새해같은 기분이 남아 있을 무렵이었다. 우리 가족이 할인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오려 하는데, TV판매 하는 곳에서 수십개의 TV가 온통 한 방송을 틀어주었고, 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어 그앞에 멈춰서서 미동도 없이 화면에 눈을 고정시켰다. 가끔 나는 우리가 사용하는 표현들이 어떤 상태를 가르키는건지 직접 체험 할 때가 있는데, '숨죽인다'라는 표현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벤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출전한 우리나라 여자 선수의 모든 움직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숨죽이고! 있었다. 나와 우리가족도 그틈에 그림자처럼 끼어서! 그때나 지금..
2014.02.23 -
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2010.06.13 -
마법의 실 - 도덕 시간에 읽은 이야기
2009.03.23 월요일 언젠가부터 도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수업 시간 중 하나가 돼버렸다. 저학년 땐 주로 규칙과 질서를 배우느라 지루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인생을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선생님께 책에 없는 이야기도 덤으로 얻기 때문이다. 4교시 도덕 시간, 오늘도 6모둠의 중진이부터 이라는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였다. 은 내가 지난 봄방학 때 5학년 교과서를 새로 받자마자, 심각하게 읽었던 내용이라서 자세를 잡고 귀를 쫑긋 세웠다. 어떤 건강하고 젊은 12살 소년이, 공부하기가 싫어서 나무 밑에서 늘어지게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나 보니 한 노인으로부터, 자신의 시간을 상징하는 은공과 그 공에 박혀있는 금실을 받는다. 그 실을 가만히 놓아두면, 시간은 정상적으로..
2009.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