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봉우리(2)
-
끝장나게 추운 날
2009. 12.15 화요일 계단 청소를 마치고 교실을 나섰는데, 이미 아이들은 집에 가고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복도 창틈마다 차가운 바람이 위이잉 하고 새어나올 뿐! 바람은 복도를 물길 삼아 돌다가, 가스가 새듯이 흘러들어 복도 안을 불안하게 워~ 돌아다녔고, 나는 이 바람이 몸을 스르륵 통과하는 유령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을 때, 내 몸은 눈사태 같은 추위에 파묻혀버렸다. 나는 추위에 쪼그라든 몸을 최대한 빨리 일으켜 얼음처럼 딱딱한 신발을 후닥닥 갈아신었다. 정문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내려갈 때 내 몸은, 바람에 밀리는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바람을 가르는 운석처럼 타타타타~ 굴러 떨어졌다. 그러자 정문은 괴물처럼 입을 쩍 벌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더 큰 바람을 쿠후우..
2009.12.16 -
윗몸을 힘껏 말아 올려요!
2009.10.20 화요일 오늘은 초등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기초체력을 테스트하는 체력장을 하는 날이다. 5교시, 우리 반은 유연성 테스트를 받기 위해, 남자 여자 키순으로 복도에서 줄을 맞추어 강당으로 향했다. 선생님께서 강당 문을 여시자, 벌떼가 벌집에서 한꺼번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이 좁은 강당 문 안으로 우르르 쏟아져 들어갔다. 강당에는 이미 5학년 아이들 줄로 꽉 차 있었다. 우리 반은 강당 창문 벽 쪽에 두 줄로 딱 붙어 섰다. 무대에서 1반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고 "아직 2반이 안왔으니 시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셨다. 2반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 아이와 제각기 가위 바위 보, 묵찌빠, 참참참 놀이를 하며 놀았는데, 무려 200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떠들고 노는 소리가..
2009.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