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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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영광의 줄다리기
2010.05.13 목요일 6교시 합체 시간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교실 뒤에 줄을 서서, 운동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오늘은 줄다리기를 할 거예요!"라고 예고해 주셨다. 그러자 순식간에 아이들 입에서는 "아~" 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분위기가 부풀어지다가 가라앉아버려 김이 빠진 빵처럼! 우리 반은 언제나 줄다리기를 하면, 5등 아니면 꼴찌를 하였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나가서 6학년 4반과 대결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여전히 김빠진 사이다처럼 시큰둥하였다. 경훈이는 벌써부터 "졌어, 졌네~" 하였다. 우리 반과 4반의 차례가 되었다. 여기서 이기면 준결승에 나갈 수 있다. 나는 키가 큰 아이들과 앞에 있어선지, 긴장되기는 마찬가지고! 징소리가 "댕엥~" 울리고 일제히 모든..
2010.05.16 -
찬솔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2009.11.20 금요일 1교시 수업 시작을 앞두고 주위를 한번 비잉 둘러보았는데, 찬솔이 자리가 오늘도 텅 비어 있었다. 어제 찬솔이가 결석했을 때는 '에구, 이 녀석 시험 점수 나오는 날이라 안 온 거 아냐?' 했는데, 오늘은 왜 안 왔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고 와서, 선생님께 제발 긴 바지 입고 다니라고 걱정을 들을 만큼 건강한 찬솔이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나는 내 짝 수빈이에게 "오늘 찬솔이, 왜 안 온 줄 아니?" 하고 물었다. 수빈이는 아무 말 안 했는데, 그때 나보다 두 칸 더 앞에 앉은 경모가 약간 찡그린 얼굴로 속삭였다. "찬솔이 할아버지, 돌아가셨어어~!" 나는 머리가 멍했다. 순간 1교시 수업 준비를 하며 평화롭게 술렁거렸던 교실 안이..
2009.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