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글부글(3)
-
도둑맞은 핸드폰
도둑맞은 핸드폰 2011.03.16 수요일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날씨는 맑은데 꽃샘추위 바람이 살을 엔다. 나는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마음속은 바짝바짝 타고 있고, 하늘은 무심하게도 이런 날을 골라 맑은 햇빛을 온 세상에 비춘다. 대문 앞에서 열쇠를 꽂아넣은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면서 오금이 저린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범수와 동영이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문 앞이 보이는 언덕길을 오르고 있을 때였다. 나는 학교에 가져왔던 핸드폰에 다시 전원을 켜려고, 잠바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원래 우리 학교에선 핸드폰 사용 금지를 규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을 보니 핸드폰을 안 가지고 다니는 애는 드물었다. 학교 수업 시간엔 전원을 ..
2011.03.18 -
특별한 떡볶이 만들기
2010.12.18 토요일 작은 방울이 보글보글 끓는 물 속에, 빨간 돌덩이 같은 고추장이 뽀퐁~! 소리를 남기며 물에 녹고 있었다. 빨간 고추장 뭉텅이가 풀어지며, 물은 마법의 약 만들어지듯이 점점 빨간색으로 변했다. 빨간색 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자 그것은 전혀 고추장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뽀글거리는 떡볶이의 소스는 점점 진한 냄새를 풍겨왔다. 조금 매콤, 쌉싸름하며 쓴 냄새는 왠지 입맛을 끌어당기며, 사람을 멍하게 하였다. 나는 나무젓가락으로 살짝 찍어서 우리 모둠 소스 맛을 보았다. 아직 고추장 말고는 아무것도 넣지 않아서 그저 맵고 쌉싸름 했다. 나는 꼭 영화에서 주방장이 주방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참견하는 것처럼, 뒷짐을 지고 목을 쭉 빼고 먼저 완성된 모둠의 떡볶이를 시식하거나, 만들고 있..
2010.12.19 -
2006.01.07 사우나
2006.01.07 토요일 영우랑 처음으로 남자 사우나에 들어갔다. 우리는 온몸을 깨끗하게 씻고 온탕에 들어 갔다. 나는 두 다리부터 가슴까지 풍덩 집어 넣었다. 영우는 물이 아주 아주 뜨거울까봐 손가락으로 물을 만져본 다음 볼에다 문지르면서 천천히 들어갔었다. 아빠는 우리까지 샤워 시키느라 제일 늦게 온탕에 들어갔다. 목욕탕 한가운데는 물이 분출되고 있었다. 아빠는 나에게 거길 건너 보라고 하셨다. 영우는 자신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분명히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물을 뿜고 있을 것이 분명할 것이니 말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산처럼 물이 솟아나는 쪽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거긴 이상하게도 따뜻하고 바닥은 부드러웠다. 내가 마치 부글 부글 끓고 있는 스프 속에 들어간 개미 같았다.
2006.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