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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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동네
2014.02.25 수요일 내가 살아온 시간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삶이 얼마나 짧았는가에 상관없이 옛날은 존재하는 법이다. 나의 옛날은 성균관대학교 앞의 반지하방 바닥에서 처음으로 기억이 시작된다. 그이전의 기억은 거의 없다. 말 못하던 아기시절, 대학로의 반지하방에서 찔금찔금 움직였던 기억은 그로부터 몇년이 흐른 뒤 4살인가 5살인가, 처음 미술학원에 갔을때 기억부터 콸콸 흘러 넘친다. 그 기억의 배경은 바로 경기도 고양시다. 시간이 흘러 많은 배경을 지나쳤지만, 내 기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배경은 아직도 고양시다. 그런 고양시가 지금 다시 한번 내 기억의 배경이 되었다. 엄마, 아빠는 예전부터 이사를 희망하고 계셨고, 이사간다 이사간다 말씀하셨는데 바로 나는 지금, 다시 경기도 고양시의 ..
2014.03.06 -
병원 갔다 오는 길
2010.12.27일 월요일 "띵동! 권상우, 권상우 손님께선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은 전광판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아파서 며칠을 씻지 않은 나는 꼬재재한 모습으로 제1진료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빛은 조금 날카로우며 얼굴이 동그란 여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꼭 만화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였고, 왠지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것 같았다. 나의 열감기는 3일 전인가? 친구들과 외박을 하며 진탕 놀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아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잠을 쓰러진 듯이 잤다. 그런데 일어나니 몸이 엄청 무겁고 머리가 꼭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 기름을..
2010.12.29 -
이해하기 힘든 아이
2008.02.02 토요일 학교는 개학을 맞아 활기가 넘친다. 방학 때는 입을 굳게 다문 얼음 궁전처럼 차갑기만 했던 학교가, 교실마다 보일러 가동하는 소리와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로 추위를 몰아냈다. 4교시 수학 시간을 앞두고 교실 안은 여전히 아이들 잡담 소리로 떠들썩하였다. 나는 3교시 수 맞추기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다음 시간은 어떨까 기대에 부풀어 딸랑딸랑 눈을 예쁘게 뜨고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다. 갑자기 교실 문이 끼익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그래도 아이들은 잡담을 멈추지 않고 계속 떠들어댔다. 누군가 선생님께 나아가 무언가를 이르듯이 말했다. 처음엔 무슨 이야긴지 잘 들리지 않았으나, 말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아이들도 일제히 잡담을 뚝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우리 반 호봉이가 3학년..
2008.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