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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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에서 보낸 한여름
2011.07.19 화요일 "슬라이드 타자~!", "안 돼! 은철아, 죽을지도 몰라!" 나랑 은철이는 실랑이를 벌이며 애꿎은 경훈이 팔만 잡아당겼다. 은철이는 경훈이의 왼팔을 잡아당겼고, 나는 경훈이의 오른팔을 잡아당기고, 경훈이는 드디어 "우악~!" 소리를 질렀다. 여기는 1년에 한 번씩 '대장금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이동식 야외 수영장이다. 그렇다! 여기는 양주다! 오랜만에 양주를 찾아 초등학교 친구들과 수영장에 온 것이다. 오늘 아침 지하철을 타려고 일찍 집을 나섰을 때, 나는 심장이 크게 부풀어 올라 터지는 기분이었다. 어젯밤엔 옛친구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기대에 부풀어 잠도 못 잤다. 엄마가 걱정스런 눈으로 떠나는 나를 배웅하면서 모레 방송 촬영이 있으니, 웬만하면 친구 집에서 자지 말고 늦게라..
2011.07.25 -
트리케라톱스와의 대화
2009.02.21 토요일 '어! 여기는 어디지?' 나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난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남양주 자연사 박물관 옥상에서, 커다란 트리케라톱스 모형을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는 벌써 봄이 왔는지, 사방에 길고 빽빽한 벚꽃 나무 투성이다. 눈처럼 흩날리는 꽃잎을 따라, 엄청나게 넓은 초록색 풀밭이 펼쳐지고, 그리고 그 앞에는 햇빛을 받아 살금살금 떨리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나는 벚나무 사이에 숨어 한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다가,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는 낯설지만 익숙한 풍경 속을 한참 동안 헤매고 다녔다. 가도 가도 호수를 낀 풀밭이 끝나지 않아서 "음~ 여긴 경치가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이 없는 걸까?" 하며 한숨을 쉬..
2009.02.24 -
벚꽃입니다!
2008.04.07 월요일 간밤에 나는 악몽을 꾸었다. 그리고는 아침에 깨어나서 "휴~ 살아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야!" 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엄마의 잔소리도 왠지 정답게 들렸다. "상우야, 입에 묻은 밥풀 뗘야지! 아구, 그건 영우 신발이잖아! 눈은 어따 둬?" 하고 외치는 엄마에게, 나는 다른 때보다 더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며 "아이~ 해도 쨍한데 좀 봐줘요!" 하며 여유를 부렸다. 아파트 복도를 지날 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이제부터 벌어질 뭔가를 알리듯, 눈부시게 파고들어 왔다. 공원 트랙을 따라 학교 머리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서니, 진짜 뭔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 못 본 사이 거짓말처럼 도롯가에 벚꽃이 일제히 만발했기 때문이다. 연분홍 구름처럼 복실복실 탐스러운 벚꽃 나무들이 기..
2008.04.08 -
2007.04.02 벚꽃
2007.04.02 월요일 아침 학교 가는 길, 아직은 쌀쌀하지만 날씨는 초롱초롱 맑았다. 우리 학교가 보이기 시작하는 언덕 길에 벚꽃 나무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오늘따라 동그란 별같은 벚꽃이 유난히 눈에 잘 들어왔다. 언제 이렇게 꽃을 피웠지? 연분홍 벚꽃 잎들이 나무 밑에 촘촘히 떨어졌다가 어떤 거는 바람을 타고 저 쪽 나무로 날아갔다. 아직 벚꽃이 안 핀 나무도 있었다. 하지만 꽃봉오리가 제법 크게 핀 것들이 있었는데 너무 탐스러워서 먹고 싶었다. 어떤 엄마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벚꽃 나무 길을 천천히 걸어 갔다. 나는 벚꽃이 눈에 잠길 정도로 벚꽃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쳐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지존, 벚꽃 욜라 많이 폈네! 벚꽃 죽어라!" 이런 끔찍한..
2007.04.02 -
2006.04.13 벚꽃
2006.04.13 목요일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우리 아파트 1층에 사는 여자 아이와 우연히 만났다. 그런데 그 아이는 나무에 핀 벚꽃을 따서 '후~' 불기도 하고 꽃잎을 쫙 펴기도 하며 장난을 쳤다. 나는 "꽃으로 왜 그래?" 하고 물었더니 그 애는 "그냥." 하였다. 그러더니 나보고 나무 옆에 서 보라고 하였다. 갑자기 갑자기 연분홍색 벚꽃 이파리들이 내 머리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그 애가 나무 뒷 면을 발로 탁 찼기 때문이다. 온몸에 벚꽃을 맞으니 내가 벚꽃들의 둥지가 된 것 같았다.
2006.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