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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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물세례를 맞은 날
2011.05.20 금요일 지금 내 몸에서는 하수구의 폐수 냄새가 나고, 온몸이 찝찝하도록 꼬질꼬질 더러운 똥물이 묻어 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투 툭, 투 톡~!" 비까지 내리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비참한 기분이 안 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필립이와 지홍이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롯가에 하수구 공사를 했는지, 하수구 뚜껑이 열려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물질과 비가 뒤섞여, 인도와 차도 사이에 신기한 물감 같은 액체가 엄청 고여 있었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와 친구들은 호기심이 들어 하수구 앞에 가까이 가 보았다. 구멍이 뚫린 하수구는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꾸물꾸물 거리고 있었다. 필립이는 "상우야! 이거 되게 불쾌하다! 빨리 가자!" 하..
2011.05.24 -
동생과 샤워를!
2010.07.06 화요일 영우랑 나는 학교 끝나고 나서, 두 시간 쯤 축구를 하고 놀았다. 우리 몸은 사우나 안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벌레가 허물을 벗듯이, 옷을 홀딱 벗고 샤워부스 안에 들어갔다. 나는 먼저 샤워기를 높은데다가 고정하고, 물을 틀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폭포처럼 떨어졌다. 우리는 잡혔다가 풀려난 물고기처럼 몸을 닿는 대로 적시고, 입안에도 떨어지는 물을 한 움큼 물고, "가가가각~!" 한 다음에 풉~ 뱉어내었다. 나는 더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싶어 수도꼭지를 오른쪽으로 돌렸는데, 영우는 "우게겍~!" 하면서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었다. 할 수 없이 미지근한 물로 온도를 맞추었다. 나는 이번엔 샤워기를 들고 얼굴부터 물을 맞고, 한 바..
2010.07.07 -
폭력이 남기는 것 - 학교 폭력 추방에 관한 글짓기
2008.09.23 화요일 나는 이 세상에 있는 폭력이란 놈을 종이처럼 접을 수만 있다면, 꽉꽉 접어 몇 번 땅 땅 땅! 발로 밟은 다음,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폭력은 물리적인 폭력이든 정신적인 폭력이든 상처를 남기기에 몹시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에 다니면서 직접 때리거나 맞아본 적은 없지만, 왕따를 당한 경험은 있다. 그것은 전학 오기 전, 2학년 때 일이었다. 그 당시 반 아이들은 몸이 아픈 담임 선생님 눈을 피해, 특정한 한 아이를 정해서 소외시키고 놀리는 경우가 있었다. 그게 바로 왕따라는 건데, 한 번 걸리면 늪처럼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제발 내가 안 걸리기를 바랄 뿐... 그런데 하필 내가 걸린 것이다! 거미줄에 걸린 운 나쁜 먹이처럼 아무 잘못도 없는데, ..
2008.09.23 -
꿈과 그늘의 섬, 선재도
2008.07.27 일요일 오늘 우리는 대부도에 갔다가 쨍하고 개인 하늘 아래 선재도라는 섬을 발견했다. 마침 바닷길이 갈라져 있어 선재도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걸어가고 나오는 것이었다. 선재도로 들어가는 길은 모래밭과 갯벌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갯벌로 돌아 들어갔다. 갯벌 입구는 거의 단단한 땅이었고, 작은 게들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질퍽한 진흙땅이어서, 발이 푹푹 빠지고 작은 물고기와 소라게들이 많았다. 나는 질퍽한 갯벌을 늪지대 정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철벅 철벅 신나게 뛰어다녔다. 갯벌을 벗어나니 실크로드 같은 부드러운 모랫길이 나왔다. 모랫길을 건너니 선재도에 다다랐고, 울퉁불퉁 바위 밭이 섬 아래를 둘러쌓고 있었다. 섬 위에 있는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주어 사람들은 ..
2008.07.31 -
급식 당번
2008.03.18 화요일 우리 반 아이들은 급식 시간이 되자,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급식 먼저 받기 전쟁(?)에 돌입했다. 먼저 손을 씻고 와서 자리에 앉아, 예쁘게 손 머리를 하는 모둠이 빨리 급식을 받기 때문이다. 한 명이라도 늦게 돌아오는 모둠은 전체가 나중에 받기 때문에, 아이들의 손 씻기 경쟁은 치열하다. 화장실 수돗가는 손 씻으러 온 다른 반 아이들까지 합쳐져 미어터지고, 어떤 아이는 손 씻으러 가는 척 나갔다가 그냥 들어오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유일한 손 씻는 곳인, 대걸레 빠는 수돗가에서 남들보다 여유롭게 손을 씻고 돌아와, 우리 4모둠과 함께 급식 당번 일을 시작했다. 준영이와 같이 교실 문 앞에 도착한 급식차를 스르르 교탁 옆으로 밀어 옮겼다. 곰돌이 무늬가 촘촘 박힌 급식 ..
2008.03.18 -
2007.08.27 소나무
2007.08.27 월요일 소나무 숲 아래에는 다른 세상이 있다. 수 천 그루 소나무가 마구 뛰어 노는 어린애들처럼 맘대로 뒤틀리게 서 있고 매미 붙어 맴맴거리고 청솔모, 사마귀, 개미들 나무 위로 모이고 사람과 벌레에게까지 가장 큰 파라솔이 되어 준다. 소나무 틈 사이로 하늘이 끼어 들지 못하고 부러운 듯 살짝 내려다 본다.
2007.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