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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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방학식
2009.07.17 금요일 선생님께서 방학을 맞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 전체가 앞뒤 사람, 옆 사람과 섞여서 떠들고, 심지어는 일어서서 떠들었다. 그 소리가 합쳐져서 "에붸뢰붸~ 와워워워~ 쁘지지~" 꼭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잘못 잡힐 때 생기는 잡음처럼 교실 안을 꽉 메웠다. 한참 안전사고 수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난데없이 "저 집 핫도그 맛있어! 빨리 방학이 왔으면~!" 하는 말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고장 났고, 우리 반은 스피커가 없어서 쉬는 시간 종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묻혀 가물가물하였다. 앞뒤사람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집에서 싸온 푸짐한 간식을 먹..
2009.07.18 -
꼴찌를 위하여
2008.05.06 화요일 5일간에 기나긴 휴일이 끝나고 다시 학교 가는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운동회 날이기도 하고! 무거운 책가방은 벗어던지고, 모자를 쓰고 물병만 달랑 손에 들고 가니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붕 뜨는 것 같았다. 아직 교실에는 아이들만 몇몇 와있고, 선생님은 안 계셨다. 나는 김훈이라는 아이와 미국 광우병 수입 소 이야기로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실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선생님께서 쌩하고 들어오셔서 칠판에 '운동장으로 나가기'라고 적어놓고 다시 급하게 나가셨다. 운동장에는 벌써 많은 아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 연설을 듣고, 국민 체조를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회에 돌입하였다. 오늘은 소 체육대회라서 그렇게 많은 행사는 없었다. 줄다리기, 각 반에서 모..
2008.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