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툭(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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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싸운 날
2011.03.21 월요일 안경이 나가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잊을 뻔하였다.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다리도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동정은커녕, 좋다고 달려들 걸 알기에, 땅을 밟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안경이 날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오늘 아침부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태식이가 나를 화나게 했다. 태식이가 욕을 하는 걸 보고 듣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계속 더러운 욕을 쓰고, 나에게 욕도 못한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슬슬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며 그만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태식이는 오히려 더 빈정대며 약을 올렸다. 학교 수업시간을 빼놓고 쉬는 시간, 급..
2011.03.23 -
안개를 헤치며
2008.10.09 목요일 오늘 아침은 안개 때문에 숨이 막혔다. 아파트 입구를 벗어나 곧게 뻗은 통학 길을 따라 걷는데, 차가 다니는 길을 끼고 오른쪽에 마주한 아파트 3,4단지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답답했다. 안개 괴물이 세상을 집어삼킨 건 아닐까? 자세히 보니 아파트 아랫부분은 조금 보였지만, 안개가 많이 낀 아파트 위쪽은, 뿌연 구름이 걸려 버린 것처럼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본 하늘성 (제9의 사도 바칼이, 하늘 세상을 지배하려고, 바다 마을에서 계단을 이어서 하늘까지 쌓아올린 탑) 같았다. 사방을 둘러싼 안개속에서 학교 가는 아이들의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와~ 안개 정말 짙다! 이거 천재지변 아니야?" 바로 코앞에 아이는 보였지만, 멀리 앞서가는..
2008.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