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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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빵
2010.02.06 토요일 "헉,헉,헉."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별나라 빵집 문을 열었다. 오늘은 토요일, 학교 급식이 나오지 않는 대신에 각자 집에서 간식을 싸가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편찮으시고 시간이 늦어서, 별나라 빵집에서 모닝 빵을 사서 학교에서 먹기로 하였다. 빵집에는 온통 바삭바삭, 고소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우선 빵 진열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빵집은 꼭 낡은 벽돌집처럼 작지만, 요모조모한 빵들이 예쁜 집에 담긴 것처럼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딱히 눈에 띄는 것이 없어서, 튼튼한 헬스클럽 아저씨처럼 보이는 빵집 아저씨에게, "여기 모닝 빵 있나요?" 하고 물어보았다. 아저씨께서는 "음, 모닝 빵? 아직 굽는 중이야!"라고 하셨다. 나는 '조금 기다려 볼까?' 생각하다..
2010.02.08 -
선생님 특기는 과일 자르기
2009.04.16 목요일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덩이였던 내 사과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확히 딱 반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라서,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과를 통과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달한 냄새 나는 사과 물을 뚝뚝 흘리며, 선생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교탁 위에는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이, 내 사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오늘 미술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 나뭇잎을 가져와, 선생님이 과일과 채소를 잘라주시면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맛있게 먹는 수업을 했다. 나는 겉이 약간 올록볼록하고, 한 부분은 잘 익은 빨간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주황, ..
2009.04.18 -
걸레질을 하면 기분이 좋아요!
2009.03.19 목요일 미술 시간이 끝날 무렵, 나는 그동안 물감을 풀고 한 번도 닦지 않아서 더러워진 물통을 씻으러, 교실 뒤 수돗가에서 걸레를 펼치고 물을 틀었다. 내 물통은 너무 지저분해서 쉽게 씻어질 것 같지가 않았다. 수돗물이 콸콸 시원하게 쏟아지자, 하얗게 말라있던 걸레는 순식간에 축축이 젖어 버렸다. 나는 지그재그로 구부러진 자바라 물통을 쫙 펴서 물을 잔뜩 받은 다음, 구정물처럼 시커먼 물을 돌돌 헹궈서 다시 버렸다. 그런 다음 젖은 걸레로 물통 안쪽의 맨 밑바닥을 벅벅 닦았다. 그리고 걸레를 빨아 양쪽을 뾰족하게 만들어 물기를 쭉 짜내고, 물통 안쪽의 쭈글쭈글한 틈 사이에 박혀있는 물감 얼룩을 꼼꼼히 닦아내었다. 힘을 주어 닦을수록 물통의 틈새는 투명해지고, 걸레는 이끼가 낀 것처럼 ..
2009.03.21 -
춤을 추며 청소를!
2008.05.21 수요일 수업이 끝나고, 며칠 동안 벌칙을 받은 친구들이 모여 어학실 청소를 하였다. 나는 사회 숙제를 실수로 엉뚱하게 다른 것을 해간 데 대한 벌칙으로 청소 팀에 끼었다. 마침 내일은 우리 학교와 형제 학교를 맺은 미국의 작은 마을에서, 어떤 어른들이 어학실을 방문하는 날이기도 하다. 몇몇 친구들이 걸레를 빨아오는 동안, 나는 남은 친구들과 함께 교실 바닥을 비로 쓸었다. 한 친구가 "야, 여기 왜 이렇게 더럽냐? 우리 오늘 청소 좀 깨끗이 해야 되겠다!" 하고 말하자마자 모두 힘을 내어 구석구석 열심히 쓸었더니, "쓰삭, 쓰으으삭~" 하는 비질 소리가 어학실 안을 바람 소리처럼 가득 메웠다. 그런데 어학실 마룻바닥이 무슨 검은색 물감을 한바탕 뿌려놓은 듯이 군데군데 더러워서 아무리 ..
2008.05.23 -
2006.12.14 명화 따라 그리기
2006.12.14 목요일 오늘은 2교시 쉬는 시간 때부터 명화 따라 그리기 시간이 있었다. 꼭 똑같이 그려야 하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바꿔도 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좀 망설였다. 왜냐하면 그림 그릴 걸 생각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림 그릴 걸 찾다가 고호에 를 그리기로 하였다. 나는 색깔이 번질 때마다 휴지를 그 부분에 대었다. 중간에 미선이가 자꾸만 물감을 빌려달라고 해서 귀찮기도 하였고, 붓을 헹구지 않고 색을 칠해서 이상하고 지저분한 색이 나오기도 하였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자 마르기를 기다리면서 아예 해바라기를 직접 키워 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2006.12.14 -
2006.03.22 나타났다 사라졌다
2006.03.22 수요일 오늘은 처음으로 과학 특강 수업이 있었다. 선생님께서 파란색 물감과 선생님이 주신 액체를 섞어 보라고 하셨다. 나는 액체가 든 비이커에 물감을 다섯 방울 떨어 뜨렸다. 파란색이 될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액체는 노란색 이었다가 원래대로 하얗게 돌아왔다. 선생님께서는 모른척 하시며 "어, 여러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하고 시치미를 떼셨다. 그 액체는 색을 사라지게 하는 액체였다. 나는 파란 물감이 너무 진했는데도 색이 없어진 것을 보고 놀랐다. 도대체 그 액체는 무엇으로 만든걸까? 그 액체를 구해서 내 옷에 묻은 때와 색깔을 마음대로 지워보고 싶다. 나는 오늘 수업이 뿌듯했고 다음 실험이 벌써부터 궁금해졌다.
200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