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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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와 알탕
2011.09.08. 목요일 뚜르긱~ 꼬르긱~ 꼭 작은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목, 아니 목 안이 간지럽다. 장미꽃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 쓰라리기도 하다. 푸울훡~ 푸훌웍~! 기침을 한번 하면 온몸이 놀이기구를 타듯이 흔들린다. 코에는 축축하게 기분 나쁜 콧물이 가득 차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콧물은 코가 헐 때까지 풀어도 나오지 않는데, 콧속에 마른 코가 보금자리를 틀었는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가끔 기침에 딸려 노란색 가래가 나온다. 아침에 먹었던 것들은 이미 토해, 지금쯤은 신 나는 배수관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눕기만 하면 땀이 뻘뻘 나고, 폭탄이 터지듯이 기침이 터져 나온다. 정말 폐에 구멍이라도 난 ..
2011.09.10 -
대통령의 죽음
2009.05.23 토요일 내 나이 12살인 2009년 5월 23일 오늘, 나는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다가 우리나라의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텔레비전 화면에 노무현 전 대통령 할아버지의 주름진 웃는 얼굴이 자꾸 나오는데, 서거라고 해서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고향 봉하 마을, 부엉이 바위 위에서 뛰어내려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입에 물고 있던 라면이 다시 나와 주르륵 흘러 떨어졌는데도 감각이 없었다. 김밥을 싸는 아주머니도 주인아저씨도 손님도,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자꾸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힐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졌다. 도대체 무슨 ..
2009.05.25 -
물을 찾아서
2008.09.08 월요일 3교시, 우리 반은 운동회 때 단체로 할 우산 무용을 연습하려고, 준비해 온 우산을 들고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다른 반들과 모여 넓게 줄을 서서 우산 무용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따갑던 햇볕이 점점 커지더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운동장에 엄청난 태양빛이 쏟아져 내렸다. 연습하던 아이들은 화살을 맞은 듯, 갈수록 찡그린 표정을 지었고, 내 목은 사막에 발을 담그듯, 천 갈래 만 갈래로 타들어갔다. 무릎을 숙일 때마다 허벅지에 있는 열기가 느껴졌고, 심지어 우리들의 살이 익는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았다. 지도 선생님께서 눈치를 채셨는지, 다른 때보다 일찍 연습을 마쳐주셨고, 아이들은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정수기가 있는 급식실로 뛰어갔다. 급식실 가는 길은 물을 마..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