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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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비법
2010.06.30 수요일 기말고사를 이틀 앞둔 꿉꿉한 날씨다. 나는 내 땀 냄새를 맡고 달려드는 모기를, 손바닥으로 탁탁~ 잡아가며 책상과 씨름하듯 앉아 있다. 기말고사는 아무래도, 여름방학 전의 1학기 기말고사가 초조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중상위권에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성적은 유지해야 하고, 라이벌에게 지고 싶지도 않고, 이제는 1등도 해보고 싶고... 하지만, 날씨는 더 좋아져 화창한 햇살이 날 부르고, 나의 영혼은 이미 축구장과 자전거 위에 앉아 있다! 아, 어떡하랴? 언제나 미리미리 시험 준비를 해야지 다짐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거의 수포로 되돌아갈 뿐!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 모든 1등을 못하는 상위권, 평균 70점 정도의 중위권 초등학생들을 위해서, 내가 항상 써먹는 벼..
2010.07.01 -
체온 재는 등교길
2009.09.02 수요일 이른 아침, 학교 길을 나서기 전 들뜬 마음으로 밥을 먹는데, 안내방송 스피커에서 즈지지직, 삥댕도동~ 소리가 나더니, 스피커를 타고 굵고 힘있는 아저씨 목소리가 울렸다. "관리 사무실에서 삼숭초등학교를 대신하여 알려 드립니다! 오늘 9월 2일부터 다시 등교를 합니다! 8시 이전에는 등교를 삼가해 주십시요! 8시부터 선생님 15명이 나와, 등교길 교문 앞에서 체온검사를 실시합니다. 발열 증상이 나타나는 학생은 귀가 처리하도록 하겠으며, 출석으로 처리됩니다. 학교에서는 개인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합시다!" 나는 아주 기뻤다. 처음 방송이 나올 때는, 휴교 기간이 더 늘어났다는 끔찍한 소식이면 어떡하나? 조마조마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
2009.09.04 -
여름 밤, 모깃불을 피워요!
2009.07.25 토요일 밤이 되자 텐트촌은 모기들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텐트촌 관리 아저씨가 가르쳐준 방식대로, 여기저기서 모깃불을 피우느라 바빠졌다. 나도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모기불 피우는 법을 익혔다. 텐트촌 가장자리에, 마른 소나무 잔가지가 짚더미처럼 수북이 쌓여 있는 데가 있다. 우리는 거기서 소나무 잔가지를 한 아름 주워들었다. 아빠는 우리 텐트 앞마당에 흙을, 꽃삽으로 싹싹 파서 둥근 구덩이를 만드셨다. 우리는 그 구덩이에 소나무 잔가지들을 넣었다. 그런 다음 아빠는 권총같이 생긴 화염 방사기의 끝을 잔가지에 겨냥하고 방아쇠를 딱~ 당겼다. 불은 한 번에 나오지 않고, 몇 번을 딱딱딱딱 하니까, 기다란 총 끝에서 시퍼런 불이 튀어나와 소나무 잔가지들을 감쌌다. 소나무 잔가지들에 불이 붙기 ..
2009.07.29 -
정신없는 방학식
2009.07.17 금요일 선생님께서 방학을 맞이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교육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그걸 주의 깊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 전체가 앞뒤 사람, 옆 사람과 섞여서 떠들고, 심지어는 일어서서 떠들었다. 그 소리가 합쳐져서 "에붸뢰붸~ 와워워워~ 쁘지지~" 꼭 외계인 소리 같기도 하고, 라디오 주파수가 잘못 잡힐 때 생기는 잡음처럼 교실 안을 꽉 메웠다. 한참 안전사고 수칙에 관한 이야기가 흘러나올 때는, 난데없이 "저 집 핫도그 맛있어! 빨리 방학이 왔으면~!" 하는 말소리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교실 벽에 걸린 시계는 고장 났고, 우리 반은 스피커가 없어서 쉬는 시간 종소리가, 아이들 떠드는 소리에 묻혀 가물가물하였다. 앞뒤사람과 전화번호를 받아적고, 집에서 싸온 푸짐한 간식을 먹..
200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