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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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 버린 원고
2010.01.14 금요일 "어, 어, 아아악~!" 아래층 할머니 방에서 책을 읽다가, 몸을 풀려고 콩콩거리며 뛰고 있을 때, 엄마의 비명이 내 귓속으로 들어왔다. 정적을 깨버리는 소리는 왠지 불길했다. 나는 무언가 일이 났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위에서는 계속 "오오~!" 하고 엄마가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계셨다. 나는 '엄마가 실수로 뭐에 베였나? 아니면 영우가? 오! 핸드폰이 터져서 집에 불이 붙었나?' 하는 오만 가지 상상을 하였다. 위층으로 급하게 올라가 보니, 엄마는 컴퓨터 의자에 앉아서 죽을상을 하고 계셨다. 무슨 사고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엄마에게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물었다. 엄마는 몹시 흥분하셨나 보다. "이, 이게, 아~ 지, 지워졌어~!" 하며 어더더..
2011.01.16 -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2009.07.05 -
산마을에 없는 것
2009.07.01 수요일 이틀 뒤면 있을 기말고사를 앞두고 나는 막바지 공부를 하였다. 사회 과목을 정리하다가 이라는 단원 중, 산촌에 관한 설명과 사진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지난 주말에, 아빠의 친한 친구 분들 가족과 문경새재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보았던 산마을의 모습과 사진이 똑 닮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우기를, 우리나라의 촌락은 농촌, 어촌, 산촌으로 나뉘어 있고, 그중 산촌이 경치가 제일 좋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내가 가는 곳마다 시원하고 푸른 속리산 자락이 그림처럼 쫓아오고, 계단식 논밭에 심어진 키다리 옥수수와 산마을 허수아비가 나를 열렬히 환영하듯, 뜨거운 바람에 추와아~ 흔들렸다. 내 입에서는 오직 "우와~!" 하는 탄성만 가슴 밑에서부터 팡팡 터졌다. 그런..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