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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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온 날은 끔찍해!
2009.12.28 월요일 밤새 눈이 내려서 집 앞마당이 아이스크림 왕국처럼 하얗게 빛났다. 나랑 영우는 부랴부랴 옷을 입고 놀이터로 향했다. 너무 추우니까 조심하라는 엄마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길바닥에는 발목까지 덮을 정도로 눈이 쌓였다. 우리는 눈밭 위를 걷는 펭귄처럼 기우뚱기우뚱 탑탑! 일부러 눈이 많이 쌓인 곳을 밟고 다녔다.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맑게 울렸다. 나는 실수로 그만 얼음이 단단하게 언 땅을 밟아서 한발로 쭉 미끄러져 갔다. 그런데 한 발은 얼음 위에 있고, 다른 한쪽 발은 시멘트 땅 위에 딛고 있어서, 땅에 있는 발이 얼음 위에 발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두 손을 허공에 마구 휘젓고, "으어어어~" 고함을 지르며 헛발질을 하면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2009.12.31 -
2007.09.24 할아버지의 다리
2007.09.24 월요일 보름달이 밝게 뜬 추석 전날 밤, 막내 고모와 나는, 술에 취해 쓰러지신 할아버지의 다리를 주물러 드렸다. 나는 할아버지의 다리를 두 손으로 한 웅큼 잡았다가 놓았다가 하며 꾹꾹 주물러 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상우가 손 힘이 아주 좋구나."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더욱 힘을 주어 정성껏 주물러 드렸는데, 할아버지께서 "가운데 다리는 주물르지 말아라." 하시는 것이었다. 고모에게 "가운데 다리가 뭐예요?" 하고 물었더니 고모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가운데 다리는 여기를 말하는 거다." 하며 할아버지의 고추 부분을 가리켰다. 할아버지 다리를 계속 주무르니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빠 다리도 엄마 다리도 내 다리도 살이 있어 통통한 편인데 할아버지는 뼈만 남아 앙상한 나뭇가지 ..
2007.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