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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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꼭대기 위에 봉사활동
2013.06.27 목요일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다리에서 후루룩~ 힘이 빠져나가고, 온몸과 머리에서는 '힘들다, 힘들어!' 하는 말만 맴도는데, 내 발은 기계적으로 한걸음 한걸음 산 정상을 향해 내딛는다. 오늘 우리 학교가 봉사활동을 하러 인왕산 꼭대기를 향해 행군하는 중이다. 머리 위 뙤약볕은 내 몸을 녹여버릴 듯이 이글거리고 있다. 몸에서는 뜨거운 물에서 막 빼낸 빨래를 쫙~하고 짜는 것처럼 땀이 샘솟는다. 몸은 땀 범벅이 되어 미끄적흐느적거리면서 한걸음 내딛는 것도 힘겨울 정도로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 '이게 뭔 봉사활동이야?'하는 아이들의 불평 소리가 산을 메운다. 나는 처음엔 안간힘을 써서 선두에 나섰는데 체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어느새 같이 산을 오르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
2013.06.28 -
감기와 알탕
2011.09.08. 목요일 뚜르긱~ 꼬르긱~ 꼭 작은 애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목, 아니 목 안이 간지럽다. 장미꽃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 쓰라리기도 하다. 푸울훡~ 푸훌웍~! 기침을 한번 하면 온몸이 놀이기구를 타듯이 흔들린다. 코에는 축축하게 기분 나쁜 콧물이 가득 차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입을 헤~ 벌리고 있다. 콧물은 코가 헐 때까지 풀어도 나오지 않는데, 콧속에 마른 코가 보금자리를 틀었는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이다. 가끔 기침에 딸려 노란색 가래가 나온다. 아침에 먹었던 것들은 이미 토해, 지금쯤은 신 나는 배수관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눕기만 하면 땀이 뻘뻘 나고, 폭탄이 터지듯이 기침이 터져 나온다. 정말 폐에 구멍이라도 난 ..
2011.09.10 -
어설픈 합창
2011.07.15 금요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우리 1학년 4반은 배화 여자중학교 강당으로 모여 에 나갔다. "아아아아~!" 소리가 한데 모여, 꼭 눈의 결정을 이루는 것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내 귀를 가볍게 울렸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와 우리 반 아이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교 대회와 지역 예선도 걸치지 않고, 1주일간 연습해서 나가게 된 대회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합창대회에 나가기 싫어했고, 선생님께 "왜 우리 의사는 물어보지 않으셨어요?"라고 항의하는 아이도 있었다. 대회도 얼마 안 남아 연습을 빼먹는 아이들도 많았고, 남은 아이들도 열심히 연습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꼴찌인 것은 당연하고, 망신만 당하지..
2011.07.16 -
얘들아! 월척이다!
2011.05.03 화요일 "출발한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공기가 가득 찬 우리 배는, 이제 더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파도를 뚫고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점점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학교에서 대천으로 온 수련회 이틀째, 지금은 바다에서 래프팅하는 시간이다. 사실 나는 래프팅이란 말이 조금 낯설었다. 우리 줄 아이들과 조를 짜서 합숙소의 뒤쪽 운동장으로 갈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하는 건지 잘 상상이 안 되었다. 합숙소의 뒤쪽 운동장에는 여러 척의 보트들이 그림처럼 한 줄로 예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때 한 교관 선생님께서 "4조는 제가 맡겠습니다!" 하시며 우리 쪽으로 걸어오셨다. 우리는 선생님의 지시에 맞추어 거대한 고무보트를 들고 타박, 저벅~ 발소리를 맞추어서 바다로 걸..
2011.05.07 -
TED 광화문, 무대에 서다!
2010.11.06 토요일 꿈만 같던 TEDx 광화문 행사가 끝났다. "사회복지 THE 상상해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올린 이번 무대는,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내가 태어나서 이렇게 멋진 무대에서 처음 해보는 연설이라 얼떨떨했는데, 많은 어른이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행사 시작 전, 무대에서 김현 사회복지사님과 엄마와 몇몇 관계자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리허설을 하였다. 나는 이란 제목으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 나는 원고를 보면대 위에 놓고, 마이크를 잡고서 넘기며 읽었는데 뭔가 조금 불편하였다. 본 무대에서는 귀에 꼽는 마이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리허설하는 동안, 나는 고장 난 레코드판처럼 계속 말을 버벅거리면서, 관객이 있을 객석을 향해 눈도 돌리지 못했다. 조명은 너무..
2010.11.08 -
이름 없는 삼계탕 집
2010.07.25 일요일 오늘은 8월에 이사할 할머니 댁에 겨울옷을 정리하러 갔다. 옷걸이를 설치하고, 그 많은 옷을 걸어놓는 일은 가족이 도와가며 하니, 착착 진행되어 빨리 끝났다. 일이 끝나고 할머니께서는 더운 날씨에 우리 몸보신 하라고, 유명한 삼계탕을 사주신다고 하였다. 토속촌은 할머니 댁에서 몇 골목만 돌아가면 나오는 곳인데, 작년 이맘때도 사주셔서 그 맛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맛에 이끌려 수많은 사람이 멀리서도 찾아온다. 먹는 데는 아주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그 맛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맛이다. 그렇지 않아도 삼계탕 노래를 불렀던 나와 영우는, 골목길을 힘차게 폴짝폴짝 앞서서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골목이 나왔다. 그 골목에..
2010.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