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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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2010.06.13 -
갈매기의 습격
2009.06.13 토요일 우리 가족은 한참을 돌다가, 바닷가 솔밭 가장자리에 돗자리를 폈다. 솔밭은 한여름이 아닌데도, 캠핑 나온 가족들과 텐트로 빽빽하였다. "우리도 텐트를 가져올걸~" 하고 영우가 부러운 투로 말했다. "야영하는 거 아니고 고기 구워 먹으러 온 거잖아~" 아빠는 숯불을 피우기 시작하셨다. 먼저 발이 달린 우주선 같이 생긴 그릴 밑바닥에, 까맣게 그을린 숯을 집어넣고 불을 붙이셨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힘차게 불어서 불은 잘 붙지 않고, 우리 머리카락만 이마가 당길 정도로 뒤로 넘어가며 날렸다. 불은 바람 때문에 좁쌀만 한 불씨만 남겼다가 꺼졌다가 했다. 나는 주위에 있는 나무껍질을 모아다 그릴 속에 자꾸 집어넣었다. 어느 순간 빨간 불꽃이 조금씩 피어오르다가, 드디어 하얀 연기가 바..
2009.06.15 -
날아라 계란!
2008.09.09.화요일 요즘 우리가 운동회 연습 때문에 지쳐 있자, 선생님께서 우리를 위해 뭔가 재미있는 것을 고안하셨다. 미술 시간 1교시부터 2교시에 걸쳐서, 계란 낙하산 놀이 준비를 하느라, 우리 송화 반은 한참 분주하였다. 계란 낙하산 놀이란, 수수깡으로 집을 만들어 그 안에 계란을 넣고, 신문지로 낙하산을 만들어 실로 계란 집과 연결한 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과연 계란이 깨지는가 안 깨지는가 해보는 놀이다. 우리는 모둠마다 어떻게 하면 계란이 깨지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계란을 넣을 수수깡 집을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다. 종이컵에 계란을 넣고 그 위에 수수깡 지붕을 덮은 모둠도 있고, 수수깡을 별모양으로 엮어 그 속에 계란을 넣은 모둠도 있었는데, 그 중 우리 모둠은 가장 단순한 모양이 안전..
2008.09.12 -
어느 돌고래의 생일 잔치
2008.08.07 목요일 오후 1시, 뚜룰루룰루룰 인터폰 소리가 울렸다. 나는 허둥지둥 인터폰 버튼을 눌렀다. 곧이어 문이 열리고 치타가 들어오더니 한쪽 손으로는 벽을 짚고, 다른 한쪽 손은 축 늘어뜨린 채 숨을 헐떡거리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돌고래야, 생일 축하해~" 하고 간신히 말했다. 치타는 시간 약속을 지키려고 아침 일찍 학원에 가서 오늘 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빨리 풀고 오느라 무지 힘들었다고 하며 계속 숨을 몰아 내쉬었다. 숨을 돌린 치타는 마루에 앉아 "이거 되게 좋은 거야~ 하면 할수록 머리가 좋아져!" 하며 나무 퍼즐 선물을 꺼내 보였다. 나는 피라미드처럼 멋진 나무 퍼즐을 보며 우와~! 하고 입이 벌어졌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다른 친구들이 오지 않아 나는 점점 초조해지..
2008.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