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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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자른 머리
2013.06.22 토요일 나는 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서 날로 길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머리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 것처럼 답답하고 쉽게 땀이 차서, 언젠가 날을 잡아서 머리를 자르겠다고 별렀고 마침 오늘 여유가 생겼다. 미용실은 주말이라 손님이 있어서 좀 기다려야 했다. 두 명의 손님이 자리에 앉았다가 몇 분 뒤 말쑥해진 얼굴로 일어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미용사 아주머니는 내 어깨에 파란 천을 두르며 물어보셨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어, 그냥 시원하게 잘라주세요." 아주머니는 가위로 내 머리카락을 한줌 한줌씩 쥐고 깎아가기 시작했다. 내 머리에서 검은 머리카락 뭉치들이 떨어질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사과 껍질 깎을 때 나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점점 머리에 ..
2013.06.23 -
깨어진 안경
2010.07.19 월요일 오늘은 유난히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났다. 학교에서 받은 묵직한 새 교과서를 가방에 한가득 메고 오는데, 몸은 무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땀은 폭포수처럼 흘렀다. 꼭 숯불 가마에 들어갔다가 나온 것처럼 옷이 끈적끈적,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오늘이 초복 날이라는데, 꼭 내가 닭 대신에 고기가 되어 익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이 일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더운 날에 일어난 일이었다! "잘 가, 석희야! 잘 가, 민석아!", "그래, 상우야, 잘 가!", "너도 잘 가!" 우리는 각자 집으로 가는 4단지의 끝 길에서 뿔뿔이 헤어졌다. "허억허억~" 정말로 더웠다. 사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시무시한 태양이 커다랗게 떠서, 나에게 햇빛을 내려보내 지렁이처럼 말려 죽이려..
2010.07.21 -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200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