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13)
-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2014.12.26 금요일 크리스마스가 조용히 흘렀다. TV에서 틀어주던 '해리포터'나 해마다 우려먹는 '나홀로 집에' 같은 구닥다리 특선 영화가 아니었다면, 개교기념일인지 크리스마스인지 구분도 안 될 휴일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오랜만에 할 일 없이 누워서 얼마 안 남은 올해와 그동안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본다. 이러저러한 핑계로 블로그에 글 쓰는 걸 게을리했기에 몇 편 안되는 글이지만, 한편 한편, 쓸 때만큼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초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 무렵부터 지금까지, 나는 타자를 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아야 하는 시간이 많았고, 손에 연필을 쥐고 글을 썼던 더 어릴 적을 생각하면, 글을 쓰기 위해 몰두한 시간이 내 생활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만큼 놓..
2014.12.26 -
33세의 우리 할아버지
2011.04.06 수요일 케이크는 아담한데 나이가 많아서, 초를 꽂아놓을 자리가 빡빡했다. 오히려 케이크보다 초가 위협적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내가 78세가 되어서, 내 생일 케이크에 더 초를 꽂을 자리가 별로 없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기분이 우울할까? 오늘은 우리 외할아버지의 78번째 생신이다. 할아버지는 인생을 아주 검소하게 사셨고, 그래서 자식들이 칠순 잔치해주는 것도 거절하셨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반찬 한번 바꾸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오신 분이다. 오늘 맞는 생신은 우리가 함께 살고 있으므로, 거창하지는 못하더라도 진심을 담아서 정성껏 축하해드리고 싶었다. 평소에 뇌경색이라는 병을 앓고 계셔서 표정이 굳으셨고 말씀도 잘 못하시지만, 언제나 우리를 걱정해주시고..
2011.04.07 -
사촌 형과 걸으면 밤길이 무섭지 않아!
2011.02.03 목요일 '집합이... 부분 집합... 공집합에...' 나는 너무 심심해서 할아버지 댁 안방 의자에 앉아, 중학교 수학을 노트에 필기해보고 있었다. 그때 '비리비리비! 비리 비리비리~!' 하는 초인종 소리가 귀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막내 고모네가 오신 건가?' 기대하며 현관으로 나갔다. 문이 열리더니 제일 먼저 막내 고모, 그리고 고모부, 나와 동갑인 혜영이, 그리고 내가 그렇게 기다리던 정욱이 형아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나는 정욱이 형을 보자마자 형아 등을 두드려주며 웃었다. 형아도 그러는 나를 보고 살며시 웃었다. 형아는 마지막으로 본 할머니 칠순 때랑 그다지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이 조금 길었나? "안녕, 형아?", "그래, 안녕!" 거실에서 가족들이 인사를 나누..
2011.02.06 -
푸른누리 기자와 인터뷰
2011.01.05 수요일 '끄응~ 왜 이렇게 안 오지? 마려운데!'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스마트폰을 뿅뿅 두들기며 나는 생각하였다. 지금은 2시 20분! 벌써 약속 시간을 20분이나 넘긴 상태였다. 솔직히 조금 짜증 났다. 어제 전화로 반말을 쓴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아빠가 알려준 박진형 기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그때 박진형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 상우이신가요?", "네, 상우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폰이 고장 나서 길을 잘못 들었어요!" "괜찮으니까 빨리 오세요!", "아, 네, 진짜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그래도 조금은 막힌 속히 편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젯밤 막힌 코를 힘차게 풀었던 것처럼! 물론 그때는 너무 세게 ..
2011.01.06 -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
2010.11.24 수요일 오늘 선생님께서 내주신 일기 주제는 이다. 나는 언뜻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정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우리 가정이 그 예가 아닐까? 생각했다. 뭐 특별히 내세울 건 없지만, 가족 모두 살아 있고, 팔다리는 멀쩡하고,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고, 이 정도면 완벽한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사실 뭘 더 바라는가? 우리 주변의 많은 가정은 심하게 아픈 사람이 있어서 슬픔과 피로에 잠겨 있거나, 가족끼리 사이가 안 좋아서 불행하다고 느끼고, 심지어는 불의의 사고로 가족과 이별하기도 하고, 부모님께서 이혼을 해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일도 많은데... 그에 비해 제대로 된 가정이라도 가지고 있는 우리는 복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곰곰 더 생각해보니 그냥 가정이 온전한 틀만 가지고..
2010.11.27 -
까마귀를 만나다!
2010.06.11 금요일 오늘은 아침에 머리가 띵하고 기침이 나와서, 학교에 15분 정도 늦게 출발하였다.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하늘엔 드문드문 찢어진 솜사탕 같은 구름이 파랗게 퍼져 있었다. 해는 쨍쨍하게 빛나고, 등줄기에서는 땀이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스팔트 차도 위는, 공기가 열을 받아서 흔들흔들 보였다. 중학교 담장을 끼고 쭉 지나는데, 아파트 쪽으로부터 무언가 검은 점 같은 물체가, 날아서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는 너무 더워서, 멀리서 날아오는 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그 검게 하늘을 나는 물체에 말을 걸었다. '내려와, 내려와서 내 앞에 가로등 위에 앉아 보렴!' 그러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분명히..
201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