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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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광장 위의 새털구름
2013.07.19 금요일 기말고사가 끝난 나의 하루 일과는 별 볼일 없다. 방학을 앞두고 친구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활기차다. 친구들끼리 단체로 반대항전 게임을 하러 우르르 피시방에 갈 때도, 나만 혼자 빠져나와 집으로 힘 없이 걸어온다. 집에 오면 굳은 얼굴로 방문을 닫고 커튼을 닫고 방을 어두컴컴하게 만든다. 그안에서 누에고치처럼 틀어박혀 있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시 방에 틀어박혀 기면증 환자처럼 쓰러져 잠이 든다. 아무 일에도 의욕이 없고 무료하고 지루하며 생산적이지 못한 날들. 저녁에 엄마, 아빠가 집에 들어오셔서 잠깐만 바람 쐬러 가자고 하면서, 나랑 영우를 반강제로 차에 태워 어디론가 끌고 가셨다. "어디 가는 거예요?", "여의도에!" 차창 밖엔 장맛비가 잠간 멈춘 틈을 타, 바람..
2013.07.23 -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
2010.03.01 -
2006.08.07 생일
2006.08.07 월요일 나는 지금으로부터 9년 전 8월7일 밤 열한시 10분에 태어났다. 우리는 그 시간에 케익을 자르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졸려서 노골 노골 눈이 자꾸 감겼다. 나는 케익에 얼굴을 파묻고 자버리고 싶었다. 영우는 벌써 잠이 들었다. 11시가 되니까 엄마는 생일 축하 음악을 틀어 주셨다. 그것은 너무 신나고 멋진 기타 곡이었다. 아빠 엄마는 기타 곡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우리 밤호랑이 생일 축하해." 하고 외치셨다. 늦은 밤이지만 하늘에 둥근 달도 내가 태어난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2006.08.07 -
2005.11.22 아침에 뜬 달
2005.11.22 화요일 나는 내가 푸른곰 이라고 이름 지어준 거대하고 큰 나무 맨 위를 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옆에 있는 나무 위로 반쪽짜리 달이 보였다. 나는 그 쪽을 계속 보고 있었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 보았다. 하늘에 뭐가 있다고 쳐다보나? 뭐긴 뭐야 아침 하늘에 사과 반쪽처럼 뜬 달이지.
200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