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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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공원에서 만난 가을
2010.10.10 일요일 오늘은 일산에 있는 호수공원에 갔다. 나와 영우가 시험 준비 기간인데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투닥투닥 다투니까, 엄마가 그 꼴을 못 보시겠다며 어디론가 가자고 하셨다. 엄마는 가을의 정취도 느끼고 야외에서 공부도 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배가 고파 호수에 가까운 풀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엄마가 싸온 맛있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주먹밥, 김밥, 할머니가 시골 산소에 갔다가 따오신 토실토실 익은 밤, 할아버지께서 사오신 호두과자, 사과, 참외, 엄마는 이렇게 많은 것을 싸서 오셨다. 우리는 먹이에 굶주렸던 다람쥐처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주섬주섬 각자 배낭에서 공부할 것을 꺼내었다. 하지만, 공부를 얼마 시작한 지도 안 됐는데, 어느새 나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바지를 입..
2010.10.14 -
중남미 박물관, 아를 식물원 - 여름 방학 견학문
2009.08.22 토요일 1. 중남미 조각 공원 고양시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은,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나누어진 두 개의 건물과 야외 조각 공원, 중간에 작은 식당으로 이루어진 아담한 곳이었다. 미술관, 박물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고, 작품을 만지거나, 작품 앞에 그어놓은 빨간 선을 넘으면 안되었는데, 영우가 자꾸 그것을 어기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나와서, 야외 조각 공원으로 들어설 때야 비로소 숨을 크게 쉬며 입을 벌렸다. 조각 공원으로 들어가는 아치 모양의 새빨간 벽돌문을 통과할 때,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 눈이 한바탕 빙그르르 돌았다. 거기는 공원이 아니라 꼭 사원 같았다. 공원은 평평하지가 않고, 신전으로 향하는 것처럼 계단과 언덕이 가파르게 이어졌다...
2009.08.25 -
나무 타기
2009.02.12 목요일 영우와 피아노 학원 차를 기다리는 동안, 놀이터 나무에 올라가 보았다. 그것은 굵은 나무를 원기둥 모양으로 가공해서 놀이터 안에 말뚝처럼 박아놓고, 몸통 여기저기에 도끼로 찍은 듯한 흠을 만들어, 그것을 잡거나 밟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든 거대한 놀잇감이었다. 나무의 감촉은 매끄러운 돌 같았다. 나는 먼저 왼발을 제일 낮은 틈에 딛고, 조금 더 높은 틈에 오른발을 디뎠다. 일단 그렇게 몇 번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해보았다. 그러자 요령이 붙었다. 나무 둥치를 안고 허리와, 등, 어깨 순서로, 뱀처럼 양쪽으로 번갈아 흔들며 올라가니, 발을 딛기가 더 쉬웠다. 정말로 새 알을 훔쳐 먹으려고 나무 위를 올라가는 뱀이 된 기분으로, 나는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듯이 더 심하게 몸을 흔들며 ..
2009.02.13 -
전학 첫날
2008.04.28 월요일 나는 교탁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듯 놀란 얼굴로, 눈을 다람쥐처럼 일제히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에, 이쪽은 서울에서 온, 어, 서울에서 온 거 맞니?" 하시며 선생님께서 뜸을 들이신 다음, "신능초등학교에서 온 권상우라고 한다!"하고 내 소개를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입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오오~!"하며 바람 소리 같은 것을 내었다. 선생님께서 "상우야, 친구들한테 할 말 있니?" 하셔서, 나는 "네~."하고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얘들아, 안녕? 우리 앞으로 학교생활 같이 재미있게 잘해보자!" 나는 웃고 있었지만, 혹시나 아이들이 내가 다른 데서 왔다고 따돌리거나 무시..
2008.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