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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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날리는 물총놀이
2008.07.31 목요일 오후 6시쯤 나랑 영우, 예민이와 석희는, 예민이 집 앞에 모여 물총놀이를 시작하였다. 우리 넷은 동시에 손바닥을 위아래로 아무거나 내서, 같은 면을 낸 사람끼리 짝을 지었다. 석희와 짝이 된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집에서 생수병에 담아온 수돗물을 물총 물탱크에 가득 채웠다. 나는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조금 뒤로 빼서 등을 곧게 펴고,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내 작은 물총에서 코브라가 독을 쏘듯 짜릿하게 '촤아' 하고 가는 물줄기가 앞으로 터져 나왔다. 영우와 같은 편이 된 예민이는, "영우가 우리보다 훨씬 어리니, 내가 항복하기 전까지 절대로 영우를 쏘지 말라!"고 부탁하였고, 그래서 우리는 예민이에게만 물총을 쏘았다. 처음 물총이 발사됐을 ..
2008.08.06 -
나의 여름 방학 계획
2008.07.18 금요일 우리 반은 미국에서 와서 한동안 같이 공부했던 성건이가, 방학이 끝나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볼 수 없게 되는 것을 섭섭해하며, 왠지 조금 우울한 기분으로 방학을 맞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번 방학 때 하고 싶은 것과, 꼭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나누어 곰곰이 생각하며 걸었다. 먼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니, 마음속에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듯, 하고 싶은 일들이 흘러 넘쳤다. 가족과 여행하기, 곤충 박물관에 가보기, 영화 보기, 영우와 신나게 뛰어놀기, 온 동네를 다니며 무엇이 있나 샅샅이 관찰해보기, 배낭 메고 천보산 정상에 올라가기, 지는 노을을 보며 베란다에 돗자리 깔고 앉아 레모네이드 마시기, 가끔 늦은 밤에 엄마, 아빠와 TV 콘서트 7080 음악..
2008.07.19 -
2006.01.22 킹콩
2006.01.22 일요일 나는 킹콩을 본 거 중에서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번째는 킹콩과 티라노사우루스의 대결이다. 킹콩이 이겼지만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킹콩은 마음대로 손으로 때려 눕힐 수 있고 점프를 해서 발차기로 얍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는 물기만 할뿐이지 하는 게 없다. 놀라운 것은 티라노사우루스와 킹콩이 마치 해와 달이 싸우는 것처럼 엄청나게 싸웠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킹콩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맨 위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보고 가슴을 치면서 아름답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나는 그 장면을 볼 때 킹콩이 아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것 같아서 마음이 찡했다. 킹콩이 미사일에 맞아 떨어져 죽을때 나도 죽는 것 같았다.
200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