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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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자른 머리
2013.06.22 토요일 나는 더위를 잘 타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들어서 날로 길어진 머리카락 때문에 머리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 것처럼 답답하고 쉽게 땀이 차서, 언젠가 날을 잡아서 머리를 자르겠다고 별렀고 마침 오늘 여유가 생겼다. 미용실은 주말이라 손님이 있어서 좀 기다려야 했다. 두 명의 손님이 자리에 앉았다가 몇 분 뒤 말쑥해진 얼굴로 일어났고, 내 차례가 되었다. 미용사 아주머니는 내 어깨에 파란 천을 두르며 물어보셨다.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어, 그냥 시원하게 잘라주세요." 아주머니는 가위로 내 머리카락을 한줌 한줌씩 쥐고 깎아가기 시작했다. 내 머리에서 검은 머리카락 뭉치들이 떨어질 때마다 사그락~ 사그락~ 사과 껍질 깎을 때 나는 소리가 났고, 그 소리가 날 때마다 점점 머리에 ..
2013.06.23 -
호수공원에서 만난 가을
2010.10.10 일요일 오늘은 일산에 있는 호수공원에 갔다. 나와 영우가 시험 준비 기간인데도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고 투닥투닥 다투니까, 엄마가 그 꼴을 못 보시겠다며 어디론가 가자고 하셨다. 엄마는 가을의 정취도 느끼고 야외에서 공부도 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배가 고파 호수에 가까운 풀밭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엄마가 싸온 맛있는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주먹밥, 김밥, 할머니가 시골 산소에 갔다가 따오신 토실토실 익은 밤, 할아버지께서 사오신 호두과자, 사과, 참외, 엄마는 이렇게 많은 것을 싸서 오셨다. 우리는 먹이에 굶주렸던 다람쥐처럼 배가 터지도록 먹고, 주섬주섬 각자 배낭에서 공부할 것을 꺼내었다. 하지만, 공부를 얼마 시작한 지도 안 됐는데, 어느새 나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바지를 입..
2010.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