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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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나라
2007.11.04 일요일 날씨도 좋고 햇빛이 아까워 우리 가족은 물과 김밥과 새우깡을 싸가지고 서둘러 공순영릉으로 갔다. 공순영릉에 가니 많은 가족들이 가을을 느끼려고 우리처럼 나무 냄새도 맡고 돗자리를 펴고 앉아 햇볕을 쬐고 있었다. 공순영릉 안의 산책 길은 노랑, 주황, 갈색, 황금 빛 나뭇잎들이 카페트처럼 촤르르 깔려 있었는데, 어떤 곳은 발이 움푹 빠지도록 쌓여서 혹시 수렁이 아닐까 겁이 나기도 하였다. 겁이 없는 영우는 온 공원 안을 내 세상이다 하고 벼룩이처럼 폴짝 폴짝 뛰어다녔다. 두 팔을 양 옆으로 날개처럼 펼치고 "부엉 부엉!" 외치며 뛰어다니는 영우의 모습이 숲의 왕자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워 아픈 내 신세가 처량하게만 느껴졌고, 피톤 치드라도 마음껏 들이마시자고 코로 ..
2007.11.07 -
2006.11.05 나뭇잎 비
2006.11.05 일요일 오늘따라 호수 공원에 날씨는 아주 맑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 차가왔다. 호수 공원 전체에 나뭇잎이 엄청나게 깔려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대이동을 하였다. 나뭇잎을 밟으니 바스락 톡톡 팝콘 튀기는 소리가 났다. 게다가 햇빛에 나뭇잎이 금빛 은빛으로 빛나서 내가 수많은 보물을 밟고 지나는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나와 영우는 나뭇잎을 긁어 모아 나뭇잎 산을 만들고 공중에 엄청난 나뭇잎 비를 뿌렸다. 우리는 신이 나서 소리를 지르며 날뛰었다.
2006.11.05 -
2006.10.24 나뭇잎을 찾아서
2006.10.24 화요일 저녁을 먹고 나뭇잎을 줏으러 근린 공원으로 나갔다. 트렉 입구 옆에 소나무가 많은 곳에서 나뭇잎을 찾아 보았다. 싸늘한 바람이 '후어어' 하고 소리를 내며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처음 집은 나뭇잎에는 송충이가 붙어 있었다. 나는 "으아아악" 하면서 그 나뭇잎을 던졌다. 가로등 불빛 아래 까뭇 까뭇한 나뭇잎을 부시럭 부시럭 밟으며 돌아 다니니까 내가 마치 겨울 준비를 하러 나온 두더쥐 같았다. 나는 단풍이나 은행같은 알록 달록한 나뭇잎을 원했지만 모두 갈색이고 낄쭉하고 인디언 깃털같은 모양이었다. 어떤 나뭇잎은 꺼끌 꺼끌했고 어떤 거는 뒷면이 가죽처럼 미끄러웠다. 나뭇잎들은 서로 서로 꼭 끌어 안고 더미로 쌓여 있었다. 아마도 추운 날씨 때문이겠지. 그러고 보니 날이 더 어두워..
200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