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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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구 물세례를 맞은 날
2011.05.20 금요일 지금 내 몸에서는 하수구의 폐수 냄새가 나고, 온몸이 찝찝하도록 꼬질꼬질 더러운 똥물이 묻어 있다. 게다가 하늘에서는 "투 툭, 투 톡~!" 비까지 내리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비참한 기분이 안 든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필립이와 지홍이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도롯가에 하수구 공사를 했는지, 하수구 뚜껑이 열려 있었다. 하수구 안에서 나온 걸로 보이는 형형색색의 물질과 비가 뒤섞여, 인도와 차도 사이에 신기한 물감 같은 액체가 엄청 고여 있었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나와 친구들은 호기심이 들어 하수구 앞에 가까이 가 보았다. 구멍이 뚫린 하수구는 안까지 훤히 들여다보였는데, 구더기 같은 벌레들이 꾸물꾸물 거리고 있었다. 필립이는 "상우야! 이거 되게 불쾌하다! 빨리 가자!" 하..
2011.05.24 -
병원 갔다 오는 길
2010.12.27일 월요일 "띵동! 권상우, 권상우 손님께선 들어와 주십시오!" 하고, 내 차례가 되었음을 알리는 소리가 작은 전광판에서 작게 흘러나왔다. 아파서 며칠을 씻지 않은 나는 꼬재재한 모습으로 제1진료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눈빛은 조금 날카로우며 얼굴이 동그란 여의사 선생님께서 앉아 계셨다. 의사 선생님은 꼭 만화영화에서 본 듯한 분위기였고, 왠지 커피를 홀짝이며 마실 것 같았다. 나의 열감기는 3일 전인가? 친구들과 외박을 하며 진탕 놀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친구들과 밤을 새우고 놀아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오후부터 저녁까지 잠을 쓰러진 듯이 잤다. 그런데 일어나니 몸이 엄청 무겁고 머리가 꼭 야구방망이로 얻어맞은 것 같이 아프고 뜨거웠다. 그리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꼭 기름을..
2010.12.29 -
뒤죽박죽 샌드위치
2009.09.19 토요일 오늘은 즐거운 토요일! 실과 수업으로 기다렸던 샌드위치 만들기 실습을 하는 날이다. 우리 2모둠에서는 샌드위치에 들어갈 참치, 마요네즈, 고구마 다진 것, 삶은 계란 다진 것과 추가로 햄과 무, 토마토까지 각자 나누어 준비해왔고, 나는 식빵을 두 봉지 가져왔다. 아침부터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타를 만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흥분해 있었다. 모둠마다 "잘 만들 수 있을까?", "어떡하지? 재료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하며 손짓하고 말소리를 크게 내서 열을 올리고 왁자지껄하였다. 선생님의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무섭게, 우리는 샌드위치 만들기에 돌입했다. 예진이는 삶은 계란을 반으로 갈라, 노른자는 빼고 흰자위를 칼로 부드득 닥닥~ 잘게 다졌다. 그 옆에 민영이는 또 ..
2009.09.21 -
불타는 토스트
2009.07.03 금요일 드디어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는 날개를 단 기분으로 학교 앞, 피아노 학원이 있는 상가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 지금 가서 줄을 서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오늘 상가에서 '불타는 토스트'라는 가게가 문을 여는데, 개장하는 날 특별 이벤트로 낮 12시부터 선착순 200명까지 햄 토스트를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아침부터 나는 눈여겨보았었다. 상가 앞엔 벌써 공짜 토스트를 먹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뱀처럼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줄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다. 이미 줄이 꽉 차 있어서, 나는 줄에 서야 할 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은 채, 줄에 섰다 나갔다를 반복하였다. 그 사이에 우리 반 성환이와 인호가, 노릇하고 두툼한..
2009.07.05 -
기적 - 과학의 날 교내 행사 글쓰기 작품
2008.04.01 화요일 때는 2007년, 우리나라 서해 태안반도에 유조선 기름이 쏟아져, 오염되어 온 나라 안은 난리가 났고, 서해는 생명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어부들은 일손이 끊겼고, 물고기는 동해나 먼 나라에서 턱도 없이 비싼 값에 수입해와야 했으며, 육지의 물가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신음하며 살아야 했다. 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서해안을 살리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여기 용감한 어부의 아들 권 푸름이 있었다. 푸름이는 어릴 적부터 자기가 사는 바다를 자랑스러워 했고, 바다에 대하여 여러 가지를 알고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유조선이 좌초되는 걸 바로 옆에서 본 아이기도 하다. 아빠의 배에서 형과 장난을 치다가, 실수로 배를 고정하던 줄이 끊어..
2008.04.01 -
2007.04.12 불소 양치
2007.04.12 수요일 3학년 4반은 불소 양치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아이는 "앗싸! 신난다."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지난 수요일, 냄새는 식초같고 맛은 느끼한 불소 양치의 기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교실 문이 열리고 불소 용액이 든 봉지를 들고 우리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아이들은 일제히 "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특히 내 짝 승진이는 가슴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다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자기 차례가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은 '아' 벌리고 고개를 해바라기처럼 위로 올렸다.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먹이를 주듯이 '아' 하시면서 불소약을 넣어 주셨다. 내가 맨 마지막 차례라 그런지 선생님께서는 약을 더 많이 넣어 주시는 것 같았다. ..
2007.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