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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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의 풍경
2009.12.01 화요일 2교시에 있을 한자 인증 시험을 앞두고, 우리 반은 여느 때와 같이 쉬는 시간을 맞았다. 기말고사가 끝나서 긴장이 풀렸는지 한자 공부하는 아이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면 나만 빼고 모두 시험 준비를 마쳐서 자신에 넘쳐 있거나! 나는 문제지에 나온 한자 위에 손가락을 대어 덧써보다가, 아이들이 너무 자유롭고 신나게 노는 걸 보고, 나만 이러고 있는 게 잘못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일어서서 의자를 앞으로 밀어 넣고 교실 뒤로 걸어나간다. 원래 미술실이었던 우리 교실 뒷부분은 다른 반 교실보다 엄청 넓다. 그중 제일 오른쪽 구석 바닥에 처박히듯 털썩 주저앉는다. 나는 옷 뒤에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벽에 기댄 자세로 느긋하게 앉아서 아이들이 노는..
2009.12.02 -
찬솔이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까?
2009.11.20 금요일 1교시 수업 시작을 앞두고 주위를 한번 비잉 둘러보았는데, 찬솔이 자리가 오늘도 텅 비어 있었다. 어제 찬솔이가 결석했을 때는 '에구, 이 녀석 시험 점수 나오는 날이라 안 온 거 아냐?' 했는데, 오늘은 왜 안 왔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도 반바지를 입고 와서, 선생님께 제발 긴 바지 입고 다니라고 걱정을 들을 만큼 건강한 찬솔이가 어디 아픈 건 아닐까? 나는 내 짝 수빈이에게 "오늘 찬솔이, 왜 안 온 줄 아니?" 하고 물었다. 수빈이는 아무 말 안 했는데, 그때 나보다 두 칸 더 앞에 앉은 경모가 약간 찡그린 얼굴로 속삭였다. "찬솔이 할아버지, 돌아가셨어어~!" 나는 머리가 멍했다. 순간 1교시 수업 준비를 하며 평화롭게 술렁거렸던 교실 안이..
2009.11.21 -
중간고사를 마치고
2008.10.17 금요일 드디어 중간고사가 끝났다. 묵은 때를 벗겨 낸 듯 개운하고 뿌듯하다. 오늘 시험은 물살이 빠른 강물을 스스로 잘 헤쳐나온 것 같았다. 왜냐하면, 문제를 풀면서 앞으로 나가는 게 헤엄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주 전부터 나는 중간고사를 '달빛강'이라고 상상하고, 중간고사 준비는 '달빛강'에 도착하기 위한 모험과 계획이라고 상상했다. 내가 '달빛강'에 무사히 도착하면, '달빛강'으로 열심히 달려온 또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과 다시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될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상상하며 나는 중간고사 준비에 들어갔다. 국어 과목에서는 토론하는 방법을 재밌게 공부했는데, 그동안 토론을 막연히 이야기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토론에는 주제가 필요하고, 찬성과 ..
2008.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