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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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보는 총싸움
2010.04.03 토요일 "우리, 서바이벌 게임 할래?" 적막을 깨고 민웅이가 말했다. 오늘 과학대회를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민웅이와 석희가 우리 집에 놀러 와 한 제안이었다. "그래, 하자! 상우야, 너도 총 있잖아! 총 뒀다 뭐해? 우리도 총 있으니까 가져올게!" 석희도 신난 듯이 말했다. 나는 처음에는 겁이 덜컥 났다. 난 총이 있어도 서바이벌 게임은 안 해봤다. 다른 아이들 노는 것은 구경했는데, 총알에 맞으면 많이 아플까 봐 엄두를 못 냈다. '으~ 난 못해!' 생각했지만, 결국 호기심에 '총을 묵혀두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지!" 하며 게임을 하기로 하였다. 얼굴에 맞히면 퇴장시킨다는 규칙을 정하고, 민웅이는 암살자, 석희는 대통령, 나는 경호원 역을 맡았다. 민웅이가 먼저 대통령을 세 발 ..
2010.04.07 -
플로리다엔 정말 눈이 오지 않을까?
2010.01.01 금요일 새해 첫날을 맞이하여, 아빠 엄마가 다니는 성서 학당에서, 같이 공부하는 부드러운 이웃 할아버지께서 저녁을 사주셨다. 우리는 꼭꼭 자리를 좁혀 함께 차를 탔는데, 꼭 추운 한밤중에 이사하는 곰돌이 가족처럼, 하얀 눈이 쌓인 어두운 길을 덜컹덜컹 밥집을 찾아 달려갔다. 달리는 차 안에서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우리가 살았던 플로리다에서는 1년 내내 따뜻해서 이렇게 추운 날이 없었단다! 가장 추운 겨울이 영상 5도, 6도였는데, 그렇게만 되도 사람들이 춥다고 난리였지!" 난 할머니 말씀이 신기했다. 겨울 내내 꽁꽁 추워서, 내가 사는 세상이 온통 추위로 얼어붙은 줄만 착각하고 있다가, 우리나라의 날씨와 전혀 다른 곳이 지구 안에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
2010.01.03 -
욕하는 아기
2009.02.22 일요일 일요일 저녁, 아빠 친구 가족을 만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우리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틈을 타서 밥을 대충 먹고, 식당 안에 있는 놀이방 게임기 앞에서 기웃거렸다. 오락기 앞에는 아이들이 전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신나게 타다다닥~ 버튼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쉬운 대로 구경이라도 하려고, 게임을 하는 아이 자리 뒤에 바짝 파고들어 앉았는데, 바로 옆에서 째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 병신아, 꺼져! 여기는 내 자리야!" 그 소리의 주인공은 아직 걸음걸이와 몸짓도 엉성한 아기였다. 한 3살쯤 되었을까? 우리 바로 옆자리에서 어떤 중학교 2학년 형아가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조그만 아기가 비키라고 호통을 치는 것이다. 그것도 욕을 하면서! 중학교 형아는 아기를 보고 어이가 ..
2009.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