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성(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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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광장 위의 새털구름
2013.07.19 금요일 기말고사가 끝난 나의 하루 일과는 별 볼일 없다. 방학을 앞두고 친구들은 물 만난 고기마냥 활기차다. 친구들끼리 단체로 반대항전 게임을 하러 우르르 피시방에 갈 때도, 나만 혼자 빠져나와 집으로 힘 없이 걸어온다. 집에 오면 굳은 얼굴로 방문을 닫고 커튼을 닫고 방을 어두컴컴하게 만든다. 그안에서 누에고치처럼 틀어박혀 있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다시 방에 틀어박혀 기면증 환자처럼 쓰러져 잠이 든다. 아무 일에도 의욕이 없고 무료하고 지루하며 생산적이지 못한 날들. 저녁에 엄마, 아빠가 집에 들어오셔서 잠깐만 바람 쐬러 가자고 하면서, 나랑 영우를 반강제로 차에 태워 어디론가 끌고 가셨다. "어디 가는 거예요?", "여의도에!" 차창 밖엔 장맛비가 잠간 멈춘 틈을 타, 바람..
2013.07.23 -
매운맛은 싫어!
2009.11.05 목요일 이른 저녁 아빠와 상가 병원에 갔다가, 상가 2층 식당에서 뼈 해장국을 먹었다. 그런데 밥을 다 먹었을 때쯤 갑자기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잔기침을 없애는 데는,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이 도움된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나는 눈앞에 보이는 반찬 그릇에 담긴 파란 고추 중에, 내 셋째 손가락만 한 크기의 제일 작은 고추를 하나 집어들었다. 이제 된장에 푹 찍어서 한입 뿌드득~ 베어 물었는데, 그 순간은 푸릇푸릇한 고추가 맛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씹으면 씹을수록 뭔가 맛이 쓰고 이상했다. 난 속으로 '애걔걔, 내가 벌써 12살인데 겨우 이런 고추 하나를 못먹나?' 하며 더욱더 꽈직꽈직~ 씹어먹었다. 쓴맛이 점점 매운맛으로 변하더니, 그냥 매운 게 아니라 혀가 잘리는..
2009.11.07 -
나의 오른발
2008.12.18 목요일 힘찬이 교실을 마치고 선생님께 인사하고 가려는 시간이었다. 나는 혼자서 줄넘기를 더해보려고 무심코 줄을 넘었는데, 갑자기 오른발이 미끄덩하면서 발등이 접어진 상태로, 그만 강당 바닥에 탕~ 엎어지고 말았다. "끄아악~!" 엄청난 괴성을 지르며, 오른발을 붙들고 덫에 걸린 짐승처럼 바닥을 뒹굴었다. "어떻게? 어떻게?" 하며 곧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보건 선생님께서 보건실로 가서 상처부위를 보자고 하셨다. 경훈이와 새은이가 두팔을 붙들어주었다. 그러나 오른발이 땅에 닿으면 도려내는 것처럼 아파서, 걸음을 떼기가 어려웠다. 내가 끓는 소리를 내며 헉헉거리니까, 보다 못한 새은이가 나를 번쩍 등에 업고 보건실로 데려갔다. 선생님께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붕대를 감아주실 때, 나는 입을..
2008.12.19 -
얘들아, 가지마!
2007.11.25 일요일 오늘은 내가 큰맘 먹고 반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원래는 우석이, 우석이 동생 서진이, 민석이,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우석이는 갑자기 어디 갔는지 전화 연락도 안 되고, 집에도 없었고, 민석이는 목욕탕 간다고 못 왔다. 그래서, 현승이, 재완이, 낙건이만 우리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놀다가 집안에만 있는 것이 답답해서, 공놀이를 하려고, 축구공을 가지고 공원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풀밭에서 놀고 싶어 했는데, 내가 청소년 수련관 앞에 있는 운동장에서 놀자고 우겨서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이미 동네 형들이 자리를 차지했고, 축구 연습이 한창이었다. 현승이가 "역시나 그럴 줄 알았어!" 하면서, 모두 툴툴거리며 발걸음을 ..
2007.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