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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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특기는 과일 자르기
2009.04.16 목요일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덩이였던 내 사과가, 깔끔하고 깨끗하게 반으로 쩍~ 갈라졌다. 정확히 딱 반이었다. 1초도 안 되는 순간이라서, 마치 무협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의 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과를 통과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달달한 냄새 나는 사과 물을 뚝뚝 흘리며, 선생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교탁 위에는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이, 내 사과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오늘 미술 시간에는 과일이나 채소, 나뭇잎을 가져와, 선생님이 과일과 채소를 잘라주시면 단면을 그림으로 그리고, 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맛있게 먹는 수업을 했다. 나는 겉이 약간 올록볼록하고, 한 부분은 잘 익은 빨간색이고, 나머지 부분은 주황, ..
2009.04.18 -
학교야, 사랑해!
2008.09.01 월요일 지난 토요일 수업이 끝날 때쯤, 선생님 컴퓨터에 메일이 딩동 오고 그걸 열어보신 선생님 표정이 조금 난처해지시더니, "얘들아,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 숙제가 하나 더 늘었구나!" 하셨다. 그러자 아이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께서 숙제를 3개나 가득 내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9월 1일이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라서, 개교 기념을 주제로 글짓기를 하는 거예요. 이건 잘하면 상도 줘요." 하셨다. 아이들의 울상이 좀처럼 풀어지지 않자, 선생님께서는 가장 어려운 사회 숙제를 빼주시기까지 하셨다. 개교기념일이 사회 숙제를 빼주면서까지 챙겨야 할 중요한 날인 것은 분명한데, 왜 그것을 주제로 하는 글짓기 숙제가 우리에게 부담..
2008.09.01 -
2006.10.07 상차리기
2006.10.07 금요일 드디어 추석날 아침이 밝았다.나는 잠이 덜 깨어, 한복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그러나 제사 준비로 온 집안이 시끌벅적 하였다. 영우는 신이 나서 엄마 옆을 바짝 붙어 다니며 음식을 날랐다. 엄마와 고모는 과일을 깎고,아빠와 작은 할아버지는 문어라던가 수박이라던가 특별히 무거운 음식을 나르셨다.할머니는 대장처럼 국자로 이쪽 저쪽 가리키며 빨리 하라고 하셨다. 나도 슬며시 끼어 들어 배도 나르고 고기도 날랐다.그리고 아빠를 도와 제삿상에 음식을 예쁘게 정돈했다.상에 음식이 너무 많아 '조상님들이 먹다가 배 터지는 거 아니야?' 하고 걱정했다. 그리고 나도 그 음식들을 먹고 싶어 '으음,짭.'거리며 참았다. 상을 다 차리고 보니 너무 화려해서 마치 음식으로 빚어 놓은 용 모양 같..
200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