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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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을 입은 손가락
2009.12.10 목요일 점심을 먹고 나서 아이들 대부분이 운동장으로 나가 놀았는데, 나는 기침이 나와서 교실로 올라왔다. 진석이와 경석이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교실 뒤편에서 진드기처럼 딱 붙어 장난을 치고 있었다. 진석이는 경석이 등에 고동이 조개 잡는 모양으로 대롱대롱 달라붙었다가, 두 팔을 집게처럼 벌려 경석이 머리를 꽉 안고 격투기 하듯이 찍어눌렀다. 경석이는 으어어~ 하면서 진석이를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둘은 서로 쫓고 쫓기다 교실 문이 있는 사물함 옆까지 바짝 갔는데, 그만 다리가 엉켜 중심을 잃고 온몸을 기우뚱거렸다. 바로 그 옆을 지나가던 나는, 아이들이 넘어져서 머리라도 다칠까 봐 받치려고 오른손을 뻗었는데, 아이들 밀치는 힘에 밀려 갑자기 교실 문이 내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틈..
2009.12.11 -
재미있는 과학 시간
2008.08.28 목요일 개학한 지 3일째, 모든 것이 자리를 잡고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선생님은 여전히 활기차게 수업을 이끄시고, 친구들은 변한 듯 안 변한 듯 한교실에 모였다.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것이 기뻐서 살 맛이 난다. 특히 수업 시간이 되면 태어나 처음 배우는 아이처럼 호기심이 넘치고 가슴이 두근거린다. 4교시 과학 시간, 선생님께서 텔레비전 화면으로에 관한 프로를 보여주셨다. 첫 장면부터 바다에 사는 몸이 말랑말랑하고 영화 에 나오는 로봇 이브처럼 생긴 생물이 유유히 바다 밑을 헤엄쳐다녔다. 물결을 타고 샤랄라 헤엄치는 그 뽀얀 생물은 마치 천사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화면에 '이 생물이 과연 악마같이 변할 수 있을까?'라는 문구가 떠오르자마자, 이 생물은 급하게 아래..
2008.08.29 -
꿈과 그늘의 섬, 선재도
2008.07.27 일요일 오늘 우리는 대부도에 갔다가 쨍하고 개인 하늘 아래 선재도라는 섬을 발견했다. 마침 바닷길이 갈라져 있어 선재도까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걸어가고 나오는 것이었다. 선재도로 들어가는 길은 모래밭과 갯벌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갯벌로 돌아 들어갔다. 갯벌 입구는 거의 단단한 땅이었고, 작은 게들도 많이 돌아다녔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질퍽한 진흙땅이어서, 발이 푹푹 빠지고 작은 물고기와 소라게들이 많았다. 나는 질퍽한 갯벌을 늪지대 정글이라고 생각하면서 철벅 철벅 신나게 뛰어다녔다. 갯벌을 벗어나니 실크로드 같은 부드러운 모랫길이 나왔다. 모랫길을 건너니 선재도에 다다랐고, 울퉁불퉁 바위 밭이 섬 아래를 둘러쌓고 있었다. 섬 위에 있는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워주어 사람들은 ..
200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