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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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져요!
2008.10.23 목요일 오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놀랐다.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아파트 입구를 나서며 경비 아저씨께 인사를 할 때, 갑자기 매서운 칼바람이 내 몸을 쓱~ 휩쓸고 갔다. 나는 너무 추워서 온몸이 핸드폰 진동처럼 즈즈즈즉 흔들렸다. 그리고 '후~' 숨을 한번 내뱉었는데, 입에서 입김이 눈보라처럼 흘러나왔다. 나는 속으로 '아! 그동안 그렇게 덥더니, 드디어 제대로 된 추위가 오는구나!' 생각했다. 깡 말라서 쪼글쪼글 비틀어진 나뭇잎들이 칼바람을 못 이기고 후두 두둑 떨어져 내렸다. 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으으~ 하면서 걸었다. 영우는 아흐흐흐~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바람에 대항하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걸었다. 자꾸 바람이 얇은 잠바 옷깃으로 스며들어 와서, 뼛속까지 관통하고 빠져나..
2008.10.24 -
인라인 스케이트 코치는 어려워!
2008.02.20 수요일 피아노 학원 마치고 영우와 함께 우석이네로 갔다. 우석이 남매가 며칠 전에 산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공원에서 연습한다는 것이다. 아직 인라인 스케이트가 익숙하지 않은 우석이와 서진이는 서로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서진이는 넘어질까 봐 한쪽 손에 죽도를 짚고 있었다. 영우와 나는 우석이 옆에서 걸으며 우석이가 비틀비틀 넘어지려 할 때마다 팔을 잡아주며 공원 트랙까지 함께 걸어갔다. 그런데 공원 트랙까지 가는 동안 우석이가 자꾸 험한 길을 고집하여 애를 먹었다. 우석이는 벌써 인라인 스케이트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인지, 하늘로 목을 쭉 빼고 신이 나서 "와우~!" 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옆에서 잡아주는 나는 우석이가 넘어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여 따라다녔다. 공원 트랙 ..
2008.02.21 -
한겨울 밤에 물냉면
2007.12.27 목요일 저녁 8시, 방학을 맞이하여 아빠가 마침 배도 출출한데, 특별히 냉면을 사주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잠바를 입고 신났다고, 집 앞으로 나갔다. 엄마는 추운데 무슨 냉면이냐고 툴툴거리셨다. 영우도 냉면은 싫고 햄버거는 안 되겠느냐고 졸랐다. 아빠는 힘을 주어 "보통 냉면이 아니야. 특별 세일하는 오장동 함흥냉면이라구!" 하셨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으리으리한 고깃집 앞이었다. 영우는 "와! 갈비집이다!" 하며 좋아라고 펄쩍 뛰었다. 엄마는 "어디가 세일이야?" 하며 기웃기웃하셨다. 그때 아빠가 "봐! 저기, 냉면 세일!" 하며 입구에 붙어 있는 행사 세일 메뉴를 손가락으로 찾아내셨다. 고깃집 문을 열자마자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사람들도 바글바글 불판 앞에 둘러앉..
2007.12.28 -
2007.09.26 외할아버지
2007.09.26 수요일 우리는 배 한 상자와 스팸 한 상자를 가지고 외가댁으로 향했다.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 가벼워서, 끔찍하게 차가 막혔던 어제 일이 꿈만 같았다. 대문에 들어섰을 때 할머니 풀밭의 식물들이 모두 다 전보다 푸릇푸릇하게 일어서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방 문이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할아버지가 웃고 계셨다. 너무 심하게 웃으셔서 볼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헐렁해 보이셨다. 내가 인사를 드리니까 할아버지는 계속 하회탈처럼 웃으시며 "오야, 오야." 하셨다. 이제 할아버지는 아파 보이지 않았고, 행복해서 얼이 약간 빠져 보이셨다. 그리고 그 행복의 원인인 할머니가 나오셔서 "아이고, 우리 상우, 영우 왔네!" 하고 명랑하게 외치셨다. 할머니는 노랑색과 주황색이 구불구불 섞인 그물같은 옷을..
2007.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