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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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싸운 날
2011.03.21 월요일 안경이 나가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잊을 뻔하였다.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다리도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동정은커녕, 좋다고 달려들 걸 알기에, 땅을 밟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안경이 날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오늘 아침부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태식이가 나를 화나게 했다. 태식이가 욕을 하는 걸 보고 듣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계속 더러운 욕을 쓰고, 나에게 욕도 못한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슬슬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며 그만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태식이는 오히려 더 빈정대며 약을 올렸다. 학교 수업시간을 빼놓고 쉬는 시간, 급..
2011.03.23 -
싸움
2008.11.14 금요일 4교시 체육 시간, 자유 활동 시간이라 아이들은 운동장 여기저기 흩어져서, 산만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운동장 입구에서 해영이가 목을 높여 노래 부르듯 소리쳤다. "해송이는 수아를 좋아한대요오~!" 해영이 앞에 몇 발짝 떨어져 걷던 해송이가 뒤를 돌아보며 "야, 이 새끼야! 거기서!" 하며 달려들었다. 해영이는 "나 잡아봐라!" 하며 교실 쪽으로 달아났다. 해송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해일처럼 해영이를 쫓아갔다. 나도 놀라 해송이를 뒤쫓아갔는데, 해송이가 하도 빨리 뛰어 반만 달리다 멈추었다. 잠시 뒤 해송이가 씩씩거리며 나타나서 해영이를 놓쳤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실 뒤쪽으로 돌아 다시 나타난 해영이가 작은 돌멩이를 몇 개 주워가지고 와, 마구 던지기 시작하는 것..
2008.11.15 -
2007.07.23 방학식
2007.07.23 월요일 오늘은 1학기의 마지막 날, 그러니까 방학식이다. 아이들은 방학 때 무얼 할 거라고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였다. 또 "만세!" 하고 소리치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서 이번 1학기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1학기 초반에는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서미순 임시 선생님에게 혼나고 지적도 자주 받고, 심지어 반성하라는 뜻에서 맨 앞 자리에 앉기도 하고 반성문까지 썼지만, 서미순 선생님이 가시고 박영은 선생님이 오셨을 때 태세가 바뀌었다. 지각을 해서 청소는 좀 하였지만 거의 지적이나 경고는 받지 않았다. 나는 노력했다. 서미순 선생님 계셨을 때, 잘못한 것들을 고치려고. 그리고 다시는 어리석은 후회는 하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하는데 방학이 와 버렸다. 방학식 방송이 시작..
2007.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