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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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싸운 날
2011.03.21 월요일 안경이 나가떨어졌다. 여기가 어디인지,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잊을 뻔하였다. 세상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다리도 풀리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쓰러지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아이가 동정은커녕, 좋다고 달려들 걸 알기에, 땅을 밟은 두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 버텼다. 그리고 안경이 날아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주먹을 힘껏 내질렀다. 오늘 아침부터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 태식이가 나를 화나게 했다. 태식이가 욕을 하는 걸 보고 듣기 싫어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계속 더러운 욕을 쓰고, 나에게 욕도 못한다고 놀리는 것이었다. 나는 슬슬 흥분하여 목소리가 떨리며 그만 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태식이는 오히려 더 빈정대며 약을 올렸다. 학교 수업시간을 빼놓고 쉬는 시간, 급..
2011.03.23 -
달 구경
2010.02.27 토요일 "후우아아!~" 숨을 한껏 들이마시니 막혔던 숨이 갑자기 탁 트이는 것처럼, 폐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나 혼자서 밤 산책을 나왔다. 요즘 나는 갑갑하다. 일단 우리 가족의 나도 모를, 불안한 미래가 걱정된다. 엄마는 아프시고, 영우는 철부지 상태를 못 벗어나고, 아빠는 힘드시고, 나는 6학년이 된다는 게 왠지 믿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난 크면 세상에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는 경쟁자를 부추기는 사회라, 친구도 경쟁자가 되고, 돈의 가치가 사람의 가치보다 더한 가치 위에 서 있는 것 같아, 나는 우울해진다. 난 이제 더 클 곳이 없다는 무게감에 눌려,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밤길을 나와버렸다. 나는 달리고 또 달렸다. 5단지를 지나, ..
2010.03.01 -
2006.05.10 인디언 가면
2006.05.10 수요일 민속 장신구를 만드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가면을 만들기 위해 가져온 두꺼운 종이를 꺼내었다. 거기다 나는 타원형을 그렸다. 그리고 영어 그림책에 있던 풀 그림을 오려서 가면의 볼 부분의 가장자리에 붙였다. 그리고 나는 왼쪽 눈 부분을 보라색으로 칠하고 오른쪽 눈 부분은 검은색 종이를 위에 붙여서 구멍을 뚫었다. 가면을 다 만들다 보니 무엇인가 부족한것 같아 창도 하나 두툼하게 만들었다. 가면을 쓰고 창을 드니 전쟁터에 나가는 인디언 같았다. 하지만 내가 나간 곳은 전쟁터가 아니라 칠판 앞에서 뚱그렇게 원을 그리고 춤을 추는 친구들 사이였다. 우리는 빙글 빙글 돌면서 인디언처럼 발을 굴렀다. 이렇게 같이 춤을 추니까 사이가 안 좋았던 우리 모둠 친구들이 예뻐 보였다.
2006.05.10